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알링턴/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도 앞으로 국가안보 사안에 대해 브리핑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확인한 뒤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대선 때까지 정보당국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국가안보 관련 브리핑을 받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2시간 동안 ‘이슬람국가’ 격퇴 대책을 논의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러닝메이트인 팀 케인, 트럼프와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등 4명이 안보위협과 세계적 위기에 관한 1급 비밀들을 브리핑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법에 따라 공평하게 (양당에) 브리핑을 할 것이다. 그것은 법이고 전통”이라며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이제 대통령처럼 행동을 해야 한다. 브리핑을 받으면 퍼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맹비판한 트럼프를 겨냥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공화당 쪽에서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하는 등 보안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민주당 쪽에서는 트럼프가 국가안보에 무지하고 비밀을 지키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서로 ‘국가기밀 브리핑’을 상대방에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슬람국가’(IS)는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면서도 “이슬람국가가 이라크나 시리아에서 주요 근거지를 잃어도 산재된 테러리스트 네트워크가 계속 공격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려는 외로운 행위자나 작은 규모의 테러리스들을 탐지하거나 막는 것은 아직도 매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이슬람국가를 격퇴시키기 위해) 서구와 이슬람 간의 문명충돌이라는 틀에 넣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미국을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봉쇄하기 위해 이슬람국가 점령지에 융단 폭격을 하라는 트럼프 등 공화당 일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풀이했다.
한편, CNN/ORC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3년반여만에 최고인 54%로 나타났다. 민주당 전당대회 다음날인 7월 29일부터 사흘간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결과는 2기 행정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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