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우간다 아무루주에 자리한 임시 난민 캠프에서 한 난민 여성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있다. 아무루/AFP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6개국이 지구촌 난민 10명 중 1명도 수용하지 않는 반면, 난민의 절대 다수는 인근 빈곤국이나 개발도상국이 떠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17일 ‘부자 나라들의 빈약한 환영’이란 보고서에서 “전쟁과 박해 등으로 고국을 등진 강제이주자들에게 피난처·음식·보건·일자리 등을 제공할 책임이 가난한 나라들에 부당하게 쏠리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자국민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벅차거나 난민 수용때 안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 총생산(GDP)의 56.6%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등 경제규모 상위 6개국은 세계 난민의 8.9%(약 212만명)만 받아들이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독일이 73만6000여명, 미국(약 56만명)과 프랑스(33만6000명), 중국(30만명), 영국(16만9000명), 일본(1만6000명) 등의 차례였다. 반면, 요르단·터키·팔레스타인·파키스탄·레바논·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에 세계 난민의 절반인 1193만명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이라크·시리아 또는 짐바브웨 등 난민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곳과 인접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6개국이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강제 이주민 글로벌 동향 2015’ 보고서를 보면, 외국에서 피난처를 찾는 난민이 약 2450만명, 국내 이재민까지 합하면 6530만명이 강제이주자 처지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몇년새 난민이 급증한 시리아·이라크·수단 등의 옆나라에 설치된 유엔 난민캠프들은 이미 과포화 상태인데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치안이 턱없이 부실한 실정이다. 게다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가까운 유럽 선진국들은 엄청난 수의 난민 유입에 맞서 갈수록 국경 문턱을 높이고 있어 난민들은 더욱 갈 곳을 잃은 상태다.
마크 골드링 영국 옥스팜 대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난민 보호의) 책임이 맡겨지는 건 큰 문제”라며 “부유국들이 난민 수용의 공정한 몫을 부담하고 난민들이 어디에 있든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쪽으로 국제사회가 난민 위기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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