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첫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전례없는 ‘초강수’를 뒀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북한 인권침해 및 검열 보고서’를 이날 의회에 제출했으며,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 명단으로 발표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북한 체제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강한 반발과 이에 따른 정세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강행했다. 이번 제재는 인권 문제로 처음으로 북한을 제재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최고 책임자로 김정은 위원장을 적시하고 제재 대상에 올렸다는 점에서 이전 제재들과는 다른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기간 북-미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물론, 차기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도 북-미 관계를 복원하려면 이번 조처가 부메랑으로 작용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북한은 관계 개선을 위해선 적대시 정책 철회의 하나로 이번 조처를 거론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제재를 하는 것은 쉽지만,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미국 의회 등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할 때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지난 2014년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이 유엔 총회 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9·19 공동성명 무효화 선언’이나 핵실험까지 거론하며 매우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어떤 수위와 형태로든 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게다가 다음달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북-미 관계가 더욱 냉각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배치 반발 등까지 겹치면 동북아 정세는 또 한차례 풍랑에 휩싸일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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