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잇따라 만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 총장은 7일 오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언제든 기여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우선 긴장을 완화시킨 뒤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의 협조를 위해 기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과 나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방북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해,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지만 여전히 방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지난해 5월 개성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태도 변화로 무산됐고, 이어 12월에도 방북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반 총장은 지난 2월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의식한 듯, “모든 안보리 결의안은 반드시 완전히 이행돼야 하며,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며 “동시에 한국, 중국, 미국 등 관련국은 비핵화 대화를 재개시키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킬 다른 방법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중국의 구실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특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 국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저녁 시진핑 중국 주석과도 면담했다.
반 총장은 그러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반 총장은 남중국해와 관련해 “사무총장으로서 나는 조만간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남중국해) 중재사건에 대해 논평(comment) 할 수 없다”며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며, 상황 악화와 오해로 지역의 평화·안정이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번 방중은 임기 마지막해를 맞아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에 따른 것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