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아들 에디를 잃은 미나 저스티스가 사건 당시 아들로부터 받은 “엄마 사랑해요” 등의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올랜도/AP 연합뉴스
12일 새벽 2시2분(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펄스 나이트클럽의 영업 종료시간은 새벽 2시였지만, 이날은 전날 밤 시작된 ‘고품격 라틴 토요일’ 행사의 열기가 여전히 뜨거웠다. 중앙 무대에는 ‘레게톤-바차타-메렝게-살사’로 이어지는 라틴음악의 향연에 취해 춤추는 남녀들로 북적였다.
“펑 펑 펑!” 디제이 중 한 명이었던 레이 리베라는 순간 ‘폭죽인가?’ 생각하며 음악 소리를 낮췄다. 다시 같은 소리가 들렸다. 총성이었다. 리베라는 음악을 껐고,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니기 시작했다. 리베라가 현지 언론 <올랜도 센티널>에 밝힌 “완전한 카오스”의 시작이었다.
용의자 오마르 마틴(29)은 새벽 2시 무렵 펄스 나이트클럽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클럽 안으로 들어가 총격을 시작했다. 클럽 손님이었던 앤디 모스는 <워싱턴 포스트>에 “처음엔 다들 그날 밤 이벤트의 일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총성이 계속 울렸다. 더 이상 쇼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생존자 크리스토퍼 핸슨은 <시엔엔>(CNN)에 “한발 또 한발, 또 한발… 노래 한 곡이 전부 끝날 때까지 총성이 지속됐다”고 묘사했다.
마틴은 첫 총격 이후 잠시 클럽 밖으로 나와 출동한 경찰관 2명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클럽 안으로 도주해 또다시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존 미나 올랜도 경찰국장은 이를 기점으로 “인질극 상황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클럽 안에 있던 마틴과 교신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 특별기동대(SWAT)와 장갑차가 클럽 주변을 에워싸는 동안 클럽 내부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현지 <웨시티브이>(WESH-TV)가 입수한 영상을 보면, 9초 동안 총알 20발이 발사되고, 한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한 남성이 “세상에, 사람들이 (총에) 맞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를 증언하듯 여기저기서 피투성이 주검이 목격됐다.
디제이 부스 아래로 몸을 숨겼던 리베라는 손님 몇 명과 함께 출구를 통해 탈출했다. 핸슨도 팔꿈치와 무릎으로 기어서 탈출에 성공했다. 공연팀 일부는 드레스룸에 숨어 있다가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화장실과 환기구 등 클럽 안 곳곳에서 피신처를 찾았던 손님들 중 상당수는 그렇지 못했다. 홀에 있던 용의자 마틴이 숨어 있는 피해자들을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클럽 손님이었던 아들 에디를 찾던 중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한 미나 저스티스는 아들과 마지막 문자를 주고받던 상황을 설명했다. “애(아들)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화장실로 도망갔다고 했다. 아들이 문자메시지로 ‘그(총격범)가 온다’고 말했다. 그러곤 ‘저는 죽을 것 같아요’라고 썼다.” 그리고 수시간 뒤 올라온 사망자 명단에는 에디의 이름도 있었다. 제프 센트릭 로즈라는 남성은 페이스북에 총에 맞았다고 썼다. “피가 흘러요. 모두 사랑해요….” 로즈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피해자도 여럿 있다. 핸슨은 <시엔엔>에 “내가 거리로 나왔을 때, 곳곳에 피가 흥건했다”며 “스카프를 풀어서 총상을 입은 한 남자의 등을 묶어줬는데,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은 새벽 5시께 장갑차로 입구 출입문을 부수고 진압작전에 돌입한 뒤 새벽 6시께 마틴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이때 현장에서 39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그 가운데 2명은 주차장에서 숨을 거뒀다. 나머지 사망자 11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은 말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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