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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2002년 우루과이 경제위기…해법은 분배 개선이었다”

등록 2016-06-12 19:57수정 2016-06-13 10:58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우루과이 기획예산처의 마르틴 디바르보우레 부처장이 경제위기 직후인 2005년 당시 40%까지 치솟았던 빈곤층 가구 비율이 9년 만에 6%대로 낮아진 그래프를 가리키며 사회적 포용정책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우루과이 사회개발부 누리집 갈무리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우루과이 기획예산처의 마르틴 디바르보우레 부처장이 경제위기 직후인 2005년 당시 40%까지 치솟았던 빈곤층 가구 비율이 9년 만에 6%대로 낮아진 그래프를 가리키며 사회적 포용정책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우루과이 사회개발부 누리집 갈무리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디바르보우레 기획예산처 부처장
“가장 중점 둔 건 조세개혁과 일자리
간접세 낮추고 부유층 세금 더 거둬
외국인 투자 늘리며 기업엔 인센티브”
 
빈곤층 9년 동안 24%p 줄어
사회포용지수 2년 연속 미주 1위
사회발전지수 24위로 한국 앞서
우루과이는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으로만 보면 선진국에 못 미친다.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6640달러(한국 2만5990달러)로 세계순위로는 40~50위권 수준이다. 그러나 우루과이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경제력 순위에 견줘 상당히 높다.

미국의 비영리기구 ‘소셜 프로그레스 임페러티브’가 매년 평가하는 ‘사회발전지수’(SPI) 순위에서 우루과이는 지난해 세계 133개국 중 24위로 우리나라(29위)보다 앞섰다. 우루과이보다 상위 국가들은 일본을 뺀 나머지 모두가 유럽과 북미 국가들이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미주 연구 민간기구인 아메리카 소사이어티도 지난해 발표한 사회포용지수(SII)에서 우루과이를 2년 연속 미주 대륙 1위로 선정했다. 2위가 미국이었다.

앞서 2000~2002년 남미에 최악의 경제위기가 닥쳤다. 우루과이도 1인당 국민소득이 반토막 나고, 주요산업인 농축산물 수출이 급감했다. 반면 실업률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경제위기가 최정점으로 치달은 2004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우루과이 역사상 최초로 좌파 정부가 집권한 뒤, 이후 지금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우루과이 경제는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국가발전의 야심찬 청사진을 담은 ‘우루과이 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신재생에너지 세계 1위, 국가청렴도 세계 21위(2015년 167개국 평가), 가장 이민 가고 싶은 중남미 국가 1위로 꼽힌다.

우루과이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수도 몬테비데오의 대통령궁에서 마르틴 디바르보우레 기획예산처 부처장을 만나 우루과이의 사회·경제 정책의 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그는 먼저 “2002년 경제위기는 우루과이에 역사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가려져 있던 사회적 취약층이 완전히 노출됐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60~70%로 지나치게 높은 문제점이 새삼 확인됐다는 것이다. 2005년 현 집권당 정부 출범 당시에는 전체 인구의 40%가 유엔이 정한 빈곤선 이하에 해당할 만큼 경제가 망가져 있었다.

-경제 회생책의 큰 줄기는 무엇이었나?

“새 정부는 경제·사회적 취약계층을 줄이는 데 위기 해결의 초점을 맞췄다. 가장 중점을 둔 정책은 조세 개혁,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분배 개선이었다. 그 전까지 우루과이 세제에서 간접세 비중이 80%나 됐는데 그런 세입구조를 바꿔야 했다. 간접세를 낮춰 내수 소비를 늘려야 국내 경제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대신 부유층과 기업가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뒀다. 직접세 비중을 점차적으로 60%까지 늘린 반면, 간접세는 40%로 절반이나 낮췄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재정지출 수요는 많고 조세 수입은 줄었을 텐데?

“우루과이 경제는 1차 산업 중심이어서 제조업 기반이 매우 취약했고 실업자가 급증했다. 그래서 외국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세금 감면 혜택을 줄 테니 들어와서 사람들을 고용하라는 전략이었다. 제지, 친환경 에너지, 자동차 부품, 통신서비스, 관광 부문의 외국인 투자가 활발했다. 특히 외국의 통신업체가 들어오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달하는 연관효과가 나타났다.”

-세금 부담이 늘어난 계층의 조세저항은 없었나?

“우려했던 만큼 큰 저항은 없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국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에게도 유리한 신용대출을 비롯해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세금을 더 내는 것에 걸맞은 혜택을 준 것이다. 둘째, 국내 기업인들도 내수시장 활성화 필요성과 정부 정책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대책은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의 2004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적절한 정책이 경제회복의 비결이란 뜻인가?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성숙한 정치 시스템, 부패가 적은 점, 정책적 안정성이 밑받침이 됐다. 2005년 이후 사회·경제적으로 전면적인 개혁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기본 모티브가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성장’, ‘껴안고 함께 가는(포용) 성장’이다.”

-‘사회적 포용’을 국가비전 철학으로 봐도 되는 건가?

“우루과이에서 사회적 포용의 개념은 ‘권리에 대한 새로운 어젠다’다. 예를 들어, 우루과이는 수자원이 풍부하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위험도 거의 없다. 350만명이 사는 땅에 3000만명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나온다. 그래서 식량의 90%를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굶주리는 사람,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자각을 하게 됐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생각한 건 분배다. 분배의 첫번째는 노동급여(임금)다. 그래서 일자리 제공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외자유치, 직업교육과 창업 지원,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았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2005년 빈곤층 가구가 30%, 최빈곤층이 10%였던 게, 2014년에는 빈곤층 6.4%, 최빈곤층 0.2%로 급격히 줄었다.”

-문제점은 없나? 개선 과제는?

“우루과이는 인구의 절반이 몬테비데오를 포함해 서남부 해안으로 ㄴ자 모양의 지역에 몰려 있다. 그런데 대도시 외곽으로 도시 빈민층이 계속 형성된다. 사회적 소득이전에 대해 ‘퍼주기식 복지정책’이란 비판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최근엔 이촌향도 빈민들이 고향으로 되돌아가 생업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도로 개설, 농업기술 지원, 지역개발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무작정 도시로 온 빈민에 대해선 금전적 지원을 끊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농촌으로 돌아가면 다시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도시 빈곤층을 줄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몬테비데오/글·사진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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