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치 마유미(61) 후지사토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인터뷰 l 기쿠치 사회복지협 회장
“무조건 상담은 되레 상처 줄 수도
일할 기회와 정보 제공이 중요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요인
좌절감 크면 폭발할 수 있어”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인터뷰 l 기쿠치 사회복지협 회장
“무조건 상담은 되레 상처 줄 수도
일할 기회와 정보 제공이 중요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요인
좌절감 크면 폭발할 수 있어”
지난달 18일 코밋토에서 만난 기쿠치 마유미(61) 후지사토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자신을 “복지 문외한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학에선 일본문학을 전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라는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복지라고 하면 약자를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으로 여기고 무조건 상담부터 하려 하는데, 히키코모리한테는 상담이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것일 수 있다”며 “개인적 경험에서 보면, 그들에게 일할 기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지역 복지를 맡는 사회복지협의회에서 히키코모리 지원사업을 하게 된 배경은?
“애초 지역에 사는 젊은이 지원, 차세대 주역 만들기 사업을 했다. 처음부터 히키코모리 문제에 도전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히키코모리도 이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이대로 파묻힌 채로 있기 싫다,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코밋토를 열게 된 것이다.”
-히키코모리의 사회 복귀를 돕는 데 어떤 게 핵심인가?
“히키코모리라 하면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만나 보니 그게 아니었다. 보통 사람도 취직 실패나 실직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이곳은 도시처럼 일자리도 많지 않아 한번 실패하면 일할 기회가 없다. 그러면 ‘나는 이 사회에 필요 없는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게 된다. 코밋토의 기본 자세는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적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다. 복종도 사회적 경험이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때가 시작이다. 예컨대, 맥도널드 가게에 가서 주문하는 방법을 모를 때 그냥 나오지 않고, ‘모른다’고 말할 때 사회 복귀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에선 취업하지 못한 20대 젊은이들이 히키코모리가 되어가고, 그 수도 늘고 있다.
“후지사토에서 처음 조사를 했을 때는 30대 중반이 많았다. 1990년대 일본의 불황과 관련 있다고 본다. 20대 때 도쿄 등 대도시에서 직장을 잃거나 취직을 못해 고향에 돌아와 집에 틀어박힌 사람들이다. 이들이 이제 40대 중반이 됐다.”
-한국에서도 미디어가 ‘히키코모리형 범죄’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사회문제화되기도 한다.
“한국에도 히키코모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일본만의 현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범죄로 폭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사회에 다시 나가고 싶어하는 이들한테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상처를 준다. 좌절감이 크면 사회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폭발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불황이 닥치고 거품이 꺼지면서 히키코모리가 증가했듯,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요인으로 생기는 것이다. 개인적 요인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코밋토의 성공은 서로 잘 알고 지내는 고향 마을이어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대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왜냐면 히키코모리가 다시 사회로 나오려 할 때 아는 사람이 있는 데로 나오기를 더 꺼린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오기가 더 쉽다. 무엇보다 일할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했다.”
도쿄의 전업주부였던 기쿠치는 1990년 고향 후지사토로 돌아왔다. 이후 사협에 들어간 뒤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히키코모리 지원에 적극 나섰다. 2012년 <히키코모리, 마을 부흥에 나서다>라는 책을 공동편저로 펴냈고, 지난해에도 ‘히키코모리 지원이 일본을 바꿀 가능성?’이라는 부제가 달린 <후지사토 방식이 멈추지 않는다>라는 책을 냈다.
아키타/글·사진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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