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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사회적 기업 ‘어번MBA’ 청년들에 무료 창업교육

등록 2016-05-24 21:04수정 2016-05-24 22:45

4일(현지시각)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의 작업실에서 만난 빅토리아 오모부나조가 자신이 직접 만든 바나나칩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4일(현지시각)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의 작업실에서 만난 빅토리아 오모부나조가 자신이 직접 만든 바나나칩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② 따뜻한 공동체 런던 해크니

지역정부·복지재단이 ‘뒷받침’
2년동안 50여명이 창업 꿈 이뤄
이민자가 설립…“기회 평등해야”
“지금보다 더 얇은 포장지는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지난 4일 해크니 돌스턴 광장 한켠에 자리한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의 작업실에서 만난 빅토리아 오모부나조(23)는 자신이 출시한 바나나칩의 새 포장 디자인을 노트북 화면에 띄워 코피 오퐁(44)에게 보였다. 꼼꼼히 살펴보던 코피의 조언이 시작됐다. “내용물 보호가 잘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 포장지 업체 몇 군데를 찾아 가격 상담을 해봐.” 2년 전까지 스포츠용품 기업인 나이키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했던 코피의 조언을 들으며 빅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모 푸드’는 지난해 12월 빅토리아가 출시한 식품의 상표다. 바나나를 얇게 잘라 해바라기씨 기름에 튀겨 다양한 맛의 양념을 뿌린 아프리카 전통 과자인데, 나이지리아 출신 부모님이 가르쳐준 요리법이다. 빅토리아는 매일 아침을 거르며 학교에 가던 동생이 자신이 만든 바나나칩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뒤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사업과 연결지을지 막막했던 빅토리아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 것은 ‘어번엠비에이’(Urban MBA)였다. 사회적 기업인 ‘어번엠비에이’는 지역정부(해크니 구청)와 사회복지 사업을 펴는 여러 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해크니의 18~25살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 창업 교육을 제공한다. 빅토리아는 이곳에서 창업 목표 설정, 제품 분석, 마케팅 전략까지 3개월 교육을 마치고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어번엠비에이 설립자인 코피 오퐁은 이민자 출신이 많은 해크니 청년들이 계층, 인종, 교육수준과 상관없이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해크니의 청년실업률은 약 25%입니다. 매우 높은 편이죠. 특히 1980~90년대생 청년들은 경제성장이 정체된 시기에 태어났고, 전 세대에 비해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매우 적은 세대입니다.” 빅토리아를 바라보며 코피는 말을 이었다. “청년들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어번엠비에이는 함께 전략을 세우고, 꿈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회적 기업이죠.”

세계적 기업인 나이키에서 일하며 고액 연봉과 경력을 쌓아가던 그가 이를 버리고 런던 외곽 해크니에 들어와 사회적 기업을 세우게 된 것은 청소년기에 겪은 경험 때문이다. 5살 때 가나에서 부모님을 따라 영국으로 이민 온 코피는 가난한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 겪는 비슷한 어려움과 방황을 거쳤다. 다행히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이키에 입사해 이른바 ‘주류사회 진입’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이후에도 자신처럼 기회가 부족한 어려운 형편의 청년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후배들은 제가 겪었던 갈등과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짧게 하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미련없이 나이키를 떠날 수 있었죠.”

지난 2년간 그가 세운 어번엠비에이를 거쳐 창업의 꿈을 이룬 청년은 50여명에 이른다. 어번엠비에이는 졸업 뒤 창업한 이들에게도 꾸준히 마케팅 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순모’는 나이지리아에서 ‘이리 와’처럼 친근한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에요. 이름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고 싶어요.” 빅토리아의 얼굴이 희망에 차 있었다. 빅토리아처럼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창업을 하며 새 길을 걸어나가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코피는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직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지역경제에도 좋은 일이면서, 동시에 매우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런던/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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