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각) 해크니의 마블리 그린 공원에서 열린 ‘해크니윅FC’의 유소년 축구 훈련에서 보비 카상가 감독이 아이들과 함께 헤딩 연습을 하고 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② 따뜻한 공동체 런던 해크니
해크니윅FC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② 따뜻한 공동체 런던 해크니
해크니윅FC
7일(현지시각) 런던 하늘에 모처럼 해가 비쳤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유명 축구 구단인 아스널FC의 유니폼을 입은 에드워드 스미스(12)는 아침 일찍 물병과 수건이 든 가방을 메고 마블리 그린 공원으로 향했다. 해크니의 지역 축구 구단인 ‘해크니윅FC’가 토요일마다 운영하는 청소년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길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같이 축구 훈련하는 건 너무 재밌어요.” 어린 에드워드의 얼굴에 웃음이 넘쳤다.
주민은 누구나 입단 가능하지만
재능기부·자원봉사가 의무 조건
지역 기업들이 잇달아 후원자로 자생력 키우려 ‘협동조합형’ 추진
“이익 생기면 주민 위해 쓰여야죠” 인조잔디가 깔린 공원 운동장에는 40여명의 어린 선수들이 모였다. 코치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가볍게 몸을 푼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패스 연습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 곳곳을 누비던 에드워드는 잠시 쉬는 시간에 땀을 닦으며 “내가 응원하는 아스널처럼 해크니윅도 멋진 팀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영국은 축구 종주국답게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 구단만 첼시, 아스널, 토트넘 등 열네 팀이나 되고, 런던 연고 아마추어 축구 구단은 8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런던 동부의 자치구인 해크니에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역 이름을 딴 축구 클럽이 없었다. 세미프로리그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해크니로 이사 온 보비 카상가(31)는 이를 안 뒤 지역에 도움이 되는 축구 구단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사 온 뒤 지역 축구단을 만들겠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 구단 기금 마련을 위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죠.” 지역 구단에 목말랐던 해크니 주민들에게 카상가의 계획은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3월 결성돼 현재 영국 축구 11부 리그에 소속된 시민구단 ‘해크니윅FC’의 남자 축구팀은 출범 1년 만에 60여명의 선수들이 가입했고, 여자 축구팀도 만들어졌다. 지난 2월부터는 에드워드가 소속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축구 훈련도 시작됐다.
해크니윅FC는 나이, 실력과 상관없이 축구를 배우고 싶은 지역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단, 가입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청년팀 축구선수들은 여성팀과 청소년팀 코치로 활동하기도 하고, 축구가 아니어도 해크니 박물관 행사 등 지역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카상가는 이를 해크니윅FC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대부분 축구 구단 선수들은 자신들끼리 훈련하고 경기하는 게 끝입니다. 하지만 해크니윅FC는 지역민들을 위해 항상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이런 구단 운영 지침은 자연스럽게 해크니윅FC와 소속 선수들이 어디서나 ‘눈에 보이게’ 만들었다. 해크니의 지역 펍인 ‘로리스턴 펍’은 팀의 홈경기 유니폼을 지원하고, 훈련을 마친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제1호 스폰서가 됐다. ‘이스트런던 브루잉’이라는 해크니의 맥주 양조장에서는 훈련용품을 제공했고, 해크니의 음료회사인 ‘돌스턴 콜라’에서는 선수들에게 금일봉을 주기도 했다.
구단 규모가 커지면서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수익모델을 고민하던 해크니윅FC는 최근 협동조합형 구단으로 변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협동조합형 구단은 조합원들이 얼마의 출자금을 내든 상관없이 각자 1표라는 평등한 의사결정권을 갖습니다. 구단의 민주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는 거죠.” 그간 영국에서는 유명 구단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지나친 상업화를 겪으며 구단 자체가 파산하거나, 해외의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역주민들이 소외되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해크니윅FC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지난 2005년 시민들이 직접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형 축구클럽 ‘FC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이 구단은 기존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국의 자본가에게 인수되고 클럽 운영이 과도한 상업성을 띠자, 이에 반발한 맨체스터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새롭게 만든 협동조합형 구단이다. 주식 발매, 보조금, 기부금 등을 통해 별도 구장 건립에까지 이르렀다.
해크니윅FC도 해크니개발협동조합(HCD)과 협동조합형 구단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인 ‘서포터스 다이렉트’의 도움을 받고 있다. “구단의 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이 다시 구단과 지역주민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지역주민들의 응원을 먹고 성장한 해크니윅FC는 어느새 해크니의 지역 구심점이 됐다.
런던/글·사진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재능기부·자원봉사가 의무 조건
지역 기업들이 잇달아 후원자로 자생력 키우려 ‘협동조합형’ 추진
“이익 생기면 주민 위해 쓰여야죠” 인조잔디가 깔린 공원 운동장에는 40여명의 어린 선수들이 모였다. 코치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가볍게 몸을 푼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패스 연습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 곳곳을 누비던 에드워드는 잠시 쉬는 시간에 땀을 닦으며 “내가 응원하는 아스널처럼 해크니윅도 멋진 팀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영국은 축구 종주국답게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 구단만 첼시, 아스널, 토트넘 등 열네 팀이나 되고, 런던 연고 아마추어 축구 구단은 8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런던 동부의 자치구인 해크니에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역 이름을 딴 축구 클럽이 없었다. 세미프로리그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해크니로 이사 온 보비 카상가(31)는 이를 안 뒤 지역에 도움이 되는 축구 구단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사 온 뒤 지역 축구단을 만들겠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 구단 기금 마련을 위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죠.” 지역 구단에 목말랐던 해크니 주민들에게 카상가의 계획은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3월 결성돼 현재 영국 축구 11부 리그에 소속된 시민구단 ‘해크니윅FC’의 남자 축구팀은 출범 1년 만에 60여명의 선수들이 가입했고, 여자 축구팀도 만들어졌다. 지난 2월부터는 에드워드가 소속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축구 훈련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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