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임대료 20년간 그대로…예술은 쫓겨나지 않는다

등록 2016-05-15 20:01수정 2016-05-16 17:26

지난 4일(현지시각) 찾은 퀘벡시 중심가의 예술가 연대 협동조합 건물인 메뒤즈 안의 예술가 협동조합 ‘뢰유 드 푸아송’에서 조합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찾은 퀘벡시 중심가의 예술가 연대 협동조합 건물인 메뒤즈 안의 예술가 협동조합 ‘뢰유 드 푸아송’에서 조합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예술인연대조합, 메뒤즈

퀘벡시 중심가에 10개 협동조합
임대료·관리비 1㎡당 9천원 정도
지역정부 자금투입 지속적 지원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달리
“장기적으로 안정성 있게 작업해”
퀘벡시 중심가에는 20년 동안 임대료가 거의 오르지 않은 건물이 있다. 건물 이름은 ‘메뒤즈’다. ‘프티 프랑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프랑스풍이 강한 퀘벡시는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연중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메뒤즈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임대료 상승 요인이 다분하다. 그런데도 임대료가 오르지 않은 까닭은 ‘젠트리피케이션’(도심에 가까운 낙후 지역에 고급 상업·주거지역이 새로 형성돼 집값이 올라 원래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우려한 지역당국의 지원과 협동조합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뒤즈는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전시실로만 구성돼 있고, 예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상업적 공간은 작은 카페 한 곳이 전부다. 6층짜리 건물인 메뒤즈에서 지난 4일 만난 카롤린 살룅 전무는 메뒤즈 임대료가 1㎡당 4캐나다달러(3600원)로 메뒤즈가 처음 생겼던 1995년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했다. 관리비까지 합쳐도 1㎡당 10캐나다달러로 주변 평균 시세인 1㎡당 20캐나다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메뒤즈 건물 안에는 예술가 협동조합 10곳이 각각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갖고 있다. 메뒤즈는 이 10개의 예술가 협동조합이 함께 꾸린 연대협동조합이다. 다만, 건물 주인은 메뒤즈이며 운영도 독립적으로 한다.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에 있는 예술가연대협동조합 메뒤즈 건물의 모습. 조기원 기자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에 있는 예술가연대협동조합 메뒤즈 건물의 모습. 조기원 기자

건물 안에 들어가면 개별 예술가 협동조합의 작업실이 나오는데,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화가들의 아틀리에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꽤 큰 크기의 선반과 금속 절단 기구, 대형 프린터 같은 장비들이 많아 예술가의 작업실이라기보단 공장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에 있는 예술가 협동조합들이 모두 현대예술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입주해 있는 협동조합에는 음향기술 업체인 ‘아바타르’, 사진 업체 ‘뷔’, 설치미술 업체 ‘뢰유 드 푸아송’, 비엔날레 같은 미술활동을 조직하는 업체인 ‘마니프 다르’ 등이 있다. 아바타르는 피아노를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해 피아노 소리가 아닌 제3의 소리를 내는 식의 작업을 했으며 한국의 설치미술가 작품을 음향장치로 구현한 작업을 한 적도 있다.

메뒤즈는 1990년대 퀘벡시 시장이었던 장폴 랄리에가 이 지역 도시재개발을 하면서, 흩어져 있던 현대예술 관련 예술가들을 한데 모으기로 하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메뒤즈가 있는 퀘벡시 생발리에 거리는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퀘벡시에서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자 우범 지역이었는데, 이곳에 1000만캐나다달러(약 91억원) 이상을 들여서 4000㎡ 공간에 메뒤즈 건물을 지었다. 지역당국이 자금을 투입해 지은 건물인데다가 운영도 연대협동조합에서 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올리지 않을 수 있었다. 살룅은 “메뒤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모두 문화 관련 협동조합으로 주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곳들이다. 최근 정부 재정 지원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그래도 거의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두 번 올린 적이 있긴 한데, 아주 조금 올린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메뒤즈가 적은 임대료 수입으로도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퀘벡 지역당국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퀘벡시와 퀘벡 예술문화 평의회에서 문화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형식으로 지원을 받았다. 예를 들어, 외국 예술가들에게 메뒤즈 작업 공간을 내주는 대신 메뒤즈가 예술문화 평의회에서 지원을 받는 식의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메뒤즈에서 작업(데생, 조각)을 하고 있다는 파니 메나는 “메뒤즈에 들어오기 전 개인 아틀리에에서 작업할 때는 생계 때문에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도 일해야 했지만, 지금은 예술작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나는 “예술가들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성 있게, 일관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는 게 메뒤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현대예술에 필요한 여러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이점”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 있는 토후. 토후는 원래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생미셸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들어선 문화공간이다. 조기원 기자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 있는 토후. 토후는 원래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생미셸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들어선 문화공간이다. 조기원 기자

하지만 메뒤즈도 임대료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정부 지원 감소에 따른 재정적 이유 외에도 ‘차별’의 문제도 있다. 살룅은 주변 상업시설 임대료와 메뒤즈 입주 협동조합이 내는 임대료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메뒤즈 입주 협동조합이 그렇지 않은 협동조합에 비해 너무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정도 임대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최근 다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퀘벡/글·사진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①캐나다 퀘벡

▶관련기사 : 퀘벡 협동조합의 힘, 공장이 살아났다

▶관련기사 : ‘태양의 서커스’ 지원한 사회적 금융...데자르댕

▶관련기사 : [인터뷰] 베아트리스 알랭...사회경제협의체 샹티에 사무국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아사히 “윤석열, 총선 전후 소폭 20잔씩 새벽까지 폭음” 1.

아사히 “윤석열, 총선 전후 소폭 20잔씩 새벽까지 폭음”

그린란드 가지겠다는 트럼프, 큰아들 보냈다…덴마크 반발 2.

그린란드 가지겠다는 트럼프, 큰아들 보냈다…덴마크 반발

일본, 왕위 계승 후보자 고갈…여성 일왕·옛 왕족 입양 논의도 3.

일본, 왕위 계승 후보자 고갈…여성 일왕·옛 왕족 입양 논의도

프랑스 극우 상징 장 마리 르펜 사망 4.

프랑스 극우 상징 장 마리 르펜 사망

바이든, 한반도 11배 면적 석유 개발 금지 명령…트럼프 “웃기는 짓” 5.

바이든, 한반도 11배 면적 석유 개발 금지 명령…트럼프 “웃기는 짓”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