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22일 인도네시아 말루쿠제도 벤지나섬에서 노예 어부들이 창살이 달린 우리 같은 곳에 갇혀 앉아 있다. 동남아시아 노예 어부 실태를 집중 보도한 <에이피>(AP) 통신은 올해 공공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AP 연합뉴스
인신매매 피해자들 가족 품 돌려보낸
AP통신 기자들 100회째 수상 영예
AP통신 기자들 100회째 수상 영예
끔직한 ‘노예 노동’의 실태를 탐사보도해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에이피>(AP) 통신 기자들이 올해로 100회째를 맞은 풀리처상의 2016년 공공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에이피> 통신은 18일 풀리처상 공공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마지 메이슨, 로빈 맥도웰, 마서 멘도사, 에스더 투산 등 4명의 자사 여기자들이 2014년 집중적으로 폭로한 ‘노예들에게서 온 해산물’ 시리즈의 취재와 보도 과정을 공개했다. 이들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수산업체들이 자국은 물론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가난한 이웃나라에서 납치하거나 꼬드겨 인신매매한 노동자들을 감금하고 가혹하게 착취하는 현장을 밀착취재하고 피해자들을 인터뷰했다. 노예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묻은 칵테일 새우 등 해산물의 생산과 가공, 유통 과정을 추적한 보도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국가들은 대대적인 수사와 단속에 들어갔고, 어선에 감금된 채 죽도록 일하던 노예노동자 2000여명이 풀려났다.
맥도웰과 투산 기자는 2014년 당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3000㎞나 떨어진 벤지나섬을 찾아가 우리에 갇힌 남자들을 발견해 사연을 듣고 항구에서 다른 노예 선원들을 인터뷰했다. 가혹한 노동과 감금, 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60여명의 노동자들이 가명으로 매장됐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들었다. 기자들은 야음을 틈타 보트를 타고 트롤 어선에 접근해 노예 노동자들의 참상을 쵤영하려다 업체 보안요원의 배에 들이받힐뻔한 위기도 겪었다.
기자들은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특종 욕심보다는 노예 노동자들의 신변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당국에 관련 사실을 알려 노예들이 풀려난 뒤에야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4명의 수상자 가운데 멘도사 기자는 앞서 2000년에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주민 학살’ 폭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올해 퓰리처상 속보 부문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의 총격 사건을 보도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사진 속보부문은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난민의 참상을 카메라에 담은 <로이터>와 <뉴욕 타임스>가 공동 수상했다. <뉴욕 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로 국제보도 부문상도 받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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