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자영업 허용·교황 방문 성사 등
잇따라 경제 개혁·대외관계 개선
4월 당대회서 개혁안 낼지 주목
잇따라 경제 개혁·대외관계 개선
4월 당대회서 개혁안 낼지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을 계기로 라울 카스트로(85)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실용주의 노선’이 속도를 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59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49년 동안 국방장관을 지낸 강경 이미지의 이력과 어울리지 않게 그의 유연한 사고가 쿠바의 개혁과 대외관계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델 카스트로(90)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동생인 라울은 2008년 형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권력을 물려받을 때까지만 해도 세간의 주목을 그다지 끌지는 못했다. 실제 그는 형 밑에서 국방과 정보기관 설립을 주도하며 반혁명 세력 척결에 앞장서, 쿠바 체제의 무서운 수호자로 여겨졌다. 그는 취임 직후 “‘공산주의 혁명의 연속성’을 지키겠다”고 밝혀, 그가 형의 정책 노선을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라울 의장은 2011년 4월 제6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경제사회 개혁을 단행한다. 식당·택시·바 등의 업종에서 자영업을 허용하고, 제한적이지만 인터넷을 허용하면서 개혁을 위한 씨앗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비정부기구인 ‘워싱턴 오피스 라틴아메리카’는 철저한 국가 주도 경제모델이던 쿠바가 현재는 1100만명의 인구 가운데 40%가 민간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울 의장은 대외적으로는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간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양쪽 간 평화회담을 중재했다. 이런 노력이 중남미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이 지역의 보수적인 국가들조차 쿠바에 대한 금수조처를 해제하라고 미국에 압력을 넣었다.
또 미국과 쿠바의 수교를 막후에서 중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성사시켜 지난해 9월 교황이 방문했으며,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까지 이끌어냈다. 그는 쿠바인들의 경제생활 향상을 위해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일(현지시각)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피델이 권력을 쥐고 있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관심은 4월에 열리는 제7차 당대회로 모아진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폭의 개혁이 이뤄질 수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선의의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라울 의장이 권력 분산과 입법부 강화, 선거 시스템 개혁 같은 구체적인 (정치개혁) 계획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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