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머 버그
1938년 ‘에이브러햄 링컨 여단’ 복무
스페인 내전(1936~39년) 때 ‘국제 여단’으로 참전했던 마지막 생존 미국인이 숨을 거뒀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에이브러햄 링컨 여단’ 2800여명의 일원으로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델머 버그가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컬럼비아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2일(현지시각) 전했다. 향년 100.
스페인 내전에는 전세계에서 약 4만명의 젊은이가 국제 의용군으로 참전해 선거로 뽑힌 공화국 정부에 반란을 일으킨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군대에 맞서 싸웠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 <카탈루냐 찬가>를 쓴 조지 오웰도 국제 여단으로 참전했었다.
버그는 1915년 12월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가난한 농장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좀더 나은 생활을 위해 가족이 오리건주로 이사했지만 대공황이 덮치면서 그는 고교를 중퇴해야 했다. 포병부대에 근무하던 그는 120달러를 내고 소집해제를 받았다.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나는 노동자였고 농부였다. 그리고 스페인 노동자들을 지지했다. 그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38년 겨울 스페인으로 간 그는 포병부대와 방공포부대에서 싸웠다. 그러다가 프랑코군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고 몇달 뒤 귀국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동남아시아 방면에서 복무했다. 50년대 ‘매카시즘’(극단적 반공주의)이 활개칠 때는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정원사와 석공으로 일하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베트남전과 핵무기, 미국의 중남미 개입 정책 등을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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