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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윤병세, 유엔인권이사회서 ‘일본군 위안부’ 한 마디도 언급 안해

등록 2016-03-03 08:20수정 2016-03-03 14:58

북한 인권문제만 강조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협상 영향 미친 듯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 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 사각지대”라며 “국제사회가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간 최종 합의 이후 첫 국제 인권무대 연설이라는 점에서 이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윤 장관의 발언 수위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윤 장관은 ‘위안부’라는 단어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분쟁하 성폭력 방지 구상의 주도국가로서 우리는 양자, 지역적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런 비극이 미래에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계속해서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 내용도 앞뒤로 보코하람, 부룬디, 시리아 등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어서 과거 일본군 위안부를 이야기했다기 보다는, 최근 분쟁지역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와 관련이 더 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이 유엔 인권회의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한일 양국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2년 전인 2014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했을 때는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정부의 행태에 대해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다시 한 번 짓밟는 것으로서,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윤 장관은 스위스 현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데 대해 “이번 연설에서 핵심은 북한 인권문제였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연설 무대가 유엔이라는 점을 고려해 양자적 측면보다 전시 여성 성폭력이라는 다자구도적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장관의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 번역 전문이다. 붉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각각 전시 성폭력과 북한 인권을 언급한 부분이다.

의장님,

올해는 인권이사회 창설 10주년이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 채택 50주년(golden jubilee)이 되는 해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월요일(2.29) 인권이사회에서 분명히 밝힌 것처럼, 유엔의 3대 축(pillar)인 평화와 안보, 개발 그리고 인권 간의 연계성은 이 연결된 세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하고 적실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지난 9월 뉴욕에서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인권 간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평화와 인권 간의 연계성 측면에서, 우리는 Zeid 인권최고대표의 금번 연례 보고서에 주목하게 됩니다. 동 보고서는 점증하는 분쟁과 폭력사태들이 통상 뿌리 깊은 차별과 장기간의 고착화된 배척, 그리고 자유의 부재에 의한 산물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인권이사회는 지구촌 곳곳의 억압받는 이들에게 언제 어디서건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증진하는 희망의 등불(beacon of hope)이자 보루(bulwark)였습니다.

인권이사회에 의해 설치된 북한, 시리아, 리비아 등지의 조사위원회(COI)들은 인권침해 상황을 폭로하고 그 해결을 위한 권고사항을 제시하는데 긴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보코하람의 잔혹행위들과 부룬디의 인권상황에 관한 이사회의 특별회기 개최 역시 시의적절하였습니다.

가장 비인간적인 만행중 하나인 전시 성폭력에 관해서도 이사회는 물론, 그 전임기관, 그리고 인권최고대표는 과거의 성폭력으로부터 현재의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의 양심을 깨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습니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그리고 분쟁下 성폭력 방지 구상의 주도국가(champion)로서 우리는 양자, 지역적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런 비극이 미래에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계속해서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세계 도처에는 아직도 인권과 인간 존엄에 대한 침해가 끊이지 않는 어두운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과 폭력적 극단주의의 부상(upsurge)에 따른 대규모 민간인 희생자와 난민 문제는 지금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취약·실패 국가에서의 불안정이 실제로 이주 난민, 기아에서부터 소년전투원과 인신매매에 이르기까지 인도주의적 위기들과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Madaya 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고의적 기아(deliberate starvation) 사태는 실로 충격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최근 시리아 지원 국제그룹(ISSG)의 적대행위 중단 및 인도적 지원에 관한 합의를 환영하는 바이며, 동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기대합니다.

 의장님,

국제사회가 인권 및 인도주의 강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는 북한이라는 인권의 사각지대(blackhole) 문제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발표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북한 내에서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으며 그중 많은 경우가 인도에 반하는 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조사위원회 보고서는“현대사회에서 유일무이한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이 자국 주민을 인도에 반하는 죄로부터 보호하는데 명백하게 실패하였다고 하면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보호책임(R2P)의 수락을 국제사회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저는 국제사회가 이러한 COI의 강력한 메시지를 명심하고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 보고서 발표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는 2년 연속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강력한 결의를 채택하였습니다. 안보리도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고 토의하였습니다.

COI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인권사무소가 이미 작년 6월 서울에 설치되었습니다. 이는 중요한 첫 번째 조치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국제사회는 악화되고 있는 북한인권 상황이 평화와 안보에 어떻게 위협이 되는지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작년 논의의 후속조치로서, 뉴욕에서 몇 시간 뒤 채택 예정인 안보리 결의에서는 기본적 욕구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북한주민들이 처한 심각한 고난에 대해 처음으로 깊은 우려를 명시할 것입니다.

개탄스럽게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은 희소한 경제적 재원을 WMD 개발 및 기타 군사목적에 전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그 결과를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것은 오직 북한 주민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의 폭압적 통치와 억압적인 인권상황을 그 어떤 말보다 더 강력히 웅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계속해서 북한 주민 보호 책임에 실패한다면 북한은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책임성의 시대(an age of accountability)”에 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책임규명 확보를 포함한 다양한 제안을 담은 그의 임기 마지막 보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의 소중한 기여중 하나는 소위 북한 당국이 주도하고 있는 해외강제노동 문제를 부각시킨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북한의 노동자들이 임금의 대부분을 북한 정권에 의해 착취당하는 가운데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알렸고,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요청에 호응하여 지난 1월 21일 유럽의회는 북한의 강제 노동에 관한 결의를 시의적절하게 통과시켰습니다. 동 결의는 북한으로 하여금 “여타 국가에서의 강제노동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북한에서 발생한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가장 책임있는 자들”에 대한 “불처벌(impunity)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구체적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의 지난 6년간의 헌신과 유럽의회의 노력을 평가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도 곧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킬 예정인데,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입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국제사회와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이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의장님,

역사에는 부침이 있지만, 결국에는 자유와 인권이 진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평화유지활동,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개발에서부터 식량, 에너지, 보건, 재난구호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하는 모든 일은 인권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의장의 탁월한 리더십하에 인권이사회가 유엔이 하는 일의 모든 측면에 있어 인권을 주류화(main-streaming of human rights)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 입니다.

모든 이들이 단 한 사람의 예외 없이 불가양의 천부의 인권, 자유 그리고 인간존엄을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는 지구촌의 행복이 증진되도록 여기 계신 우리 모두가 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다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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