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밀라노에 첫 점포 개설 발표
슐츠 CEO “먼저 존경을 확보해야”
슐츠 CEO “먼저 존경을 확보해야”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내년 초 이탈리아에 첫 점포를 열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세계적 기업이 됐으나, 정작 이탈리아에는 점포가 하나도 없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는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 내년 초 스타벅스가 첫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스타벅스는 현재 70여개국에 진출했고, 이용자가 일주일에 9000만명에 이른다. 중국에선 해마다 500여개의 점포가 새로 문을 연다. 까다로운 입맛과 훌륭한 커피점이 많은 유럽에선 고전하고 있지만 커피점 문화가 발생한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의 나라, 이탈리아만은 예외였다. 작은 잔의 에스프레소를 서서 단숨에 마시는 이탈리아와 고객이 매장에 오래 앉아 있는 스타벅스는 어울리지 않았다. 슐츠는 “내가 이곳만큼 밀접하게 관여하는 시장이나 점포는 없다”며 “우리는 매우 겸허하게 이곳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의 개업은 그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슐츠는 1983년 무역박람회 참석차 밀라노를 방문해 커피점들을 돌아다녔다. 당시 그는 미국 시애틀에 점포 4개를 가진 스타벅스의 마케팅 담당 이사였다. 그는 이 방문을 계기로 커피점이 하나의 문화이며 미국에서도 통하리라고 확신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거대 기업이 됐고, 슐츠는 1년에 적어도 한차례씩은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밀라노의 카페 캄파리노를 운영하는 오를란도 키아리(82)는 “젊은이들은 호기심에서 스타벅스를 맛볼 것 같다”며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큰손이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를 숭배하지만, 미국인들은 큰 컵에 계속해서 커피를 마시기만 한다. 이것은 매우 다른 문화다”고 했다.
슐츠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존경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이탈리아에선 에스프레소의 값을 다른 지역보다 낮은 1유로 이하로 책정할 계획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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