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제작된 석고상(작품명 ‘여인 흉상’)
피카소 딸, 매매계약 파기뒤
다른 중개상에 더 비싸게 팔아
카타르 왕족·중개상 소유권 소송
다른 중개상에 더 비싸게 팔아
카타르 왕족·중개상 소유권 소송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조각품 하나가 소유권 다툼에 휘말렸다.
한때 피카소에게 영감을 주는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마리 테레즈의 석고 흉상을 놓고 세계적인 미술작품 중개상인 래리 가고시안과 미술계의 큰손인 카타르 왕족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진짜 주인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1931년 제작된 이 석고상(작품명 ‘여인 흉상’)은 피카소의 예술적 감성이 절정기이던 시절 관능적 곡선과 과장된 표현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피카소 조각전’에 전시되고 있다.
카타르 왕실의 대리법인 펠햄 홀딩스는 2014년 11월 피카소의 딸 마야 위드마이어(80)로부터 이 흉상을 4200만달러(약 505억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며 카타르 왕족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 뒤 위드마이어가 판매가가 너무 낮다고 생각해 계약을 파기하고 작품값을 돌려줬지만, 카타르 왕족은 애초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펠햄은 계약이행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작품 이전 금지 명령을 확보해뒀다.
반면, 가고시안은 지난해 5월 마리 위드마이어에게 이 작품을 1억600만달러(약 1275억원)에 사들인 뒤 뉴욕의 다른 수집가에게 팔았다며 12일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유권 확인 소송을 냈다. 이번 기획전이 끝나는 2월7일 이후에는 그 수집가가 흉상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피카소의 가족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가고시안 쪽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는 사전 정보 없이 신의성실에 입각한 이 작품의 거래가 전적으로 유효하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가고시안은 또 소장에서 “그토록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의 매매 합의가 유효한지도 의문”이라며 자신들은 이미 매매대금의 75%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피카소는 생전에 여러 명의 부인과 자녀, 손자녀들에게 5만여점의 작품을 유산으로 남겼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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