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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오바마-시진핑,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 장치 마련 합의

등록 2015-09-26 14:01

미·중 정상회담, 갈등보다 ‘협력’에 방점
사이버 해킹 방지·지구온난화 공동 대처
인권 문제 이견…북핵 문제 후순위 밀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5일(현지시각) 정상회담 결과는 예상대로 갈등이나 경쟁보다 협력에 확실하게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중국과의 갈등을 부각시킬 필요가 없었고, 중국 역시 시진핑 주석의 국내 정치적 기반 공고화를 위해 대외적 마찰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화당 후보들의 ‘중국 때리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시 주석이 ‘적진’에 뛰어들어 논란을 자초하기보다는 ‘낮은 자세’로 회담에 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회담 결과를 보면, 남중국해 등에서의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은 양쪽 모두의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회담 직전 양국간 최대 갈등 요인이었던 사이버 해킹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은 사실상 미국 쪽 입장을 수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인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적극 협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보면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 상당한 ‘선물’을 안긴 것으로 풀이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미-중이 남중국해 등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공중 안전 장치 마련에 합의한 내용은 상당한 평가를 받을만 하다. 합의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지만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회담 직전에 “비행 안전을 확보하고 바다나 공중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양국 조종사의 안전 비행 규칙 준수, 대화 채널 유지, 위험·경고 구역 설정 범위 등을 담은 ‘공중 조우시 대처 매뉴얼’을 채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의 합의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전투기나 군함이 조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충돌, 또는 상호 오판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으로, 과거 냉전 시절 미국과 옛소련이 비슷한 장치를 통해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막아왔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화견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는 평행선을 달렸다. 시 주석은 “예로부터 남중국해의 섬들은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디에서도 항해하고 비행하며,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양쪽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뿐, 남중국해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특별히 더 갈등 요소로 부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영유권 문제와 관련한 각자의 주장을 ‘현상유지’하는 기조 속에서 군사협력이라는 진일보한 합의에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중국의 사이버 해킹 의혹과 관련해서도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 미국 쪽은 올해 초 연방인사관리처의 인사 정보 및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해킹 공격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면서 상당히 분위기가 격앙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합의문을 통해 “어떤 국가의 정부도 (사기업과 관련한) 무역비밀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사이버 절도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기관끼리의 해킹은 국가간 ‘정상적인’ 정보 활동으로 보고 크게 문제삼지 않아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들이 수년에서 수십년동안 투자와 연구를 거쳐 만들어놓은 지적재산권과 같은 기업 비밀을 해킹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중국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해킹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양쪽이 이번에 문서화된 공식 합의문을 통해 ‘기업 대상 사이버 해킹’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은 중국이 미국 쪽의 강한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양쪽이 사이버 범죄 및 관련 문제 등에 대처하기 위한 장관급 수준의 고위급 공동대화 메커니즘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도 사이버 해킹을 막기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시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이버 분야에서 광범위한 공통이익을 갖고 있는 만큼 협력을 강화하고 대결을 피해야 한다”며 “사이버안보는 양국 간의 분쟁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양 정상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중국은 현재 7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오는 2017년부터 전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 기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발전소와 철강, 화학, 건자재, 시멘트, 제지 등의 제조업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연간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제한하고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 권한을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온실가스 배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미국도 2030년까지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기준으로 32% 가량 줄이겠다고 지난 8월 발표한 청정전력계획을 모든 주를 대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한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주제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것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녹색·환경산업을 금융위기에 처해있던 국내 경제의 신동력으로 삼고자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2009년 11월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중국 쪽의 협조를 이끌어냈으나, 같은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에서 중국 쪽이 합의를 번복하고 탄소가스배출 감소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미-중 관계가 갈라지기 시작한 전례가 있다. 이후 미국은 온실가스 3대 배출국의 하나인 인도를 끌어들여 미-중-인도의 삼각 대화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설득해왔다. 이를 통해 2013년 7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미국 주도의 기후변화 대응에 완전히 동참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견을 보인 분야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시 주석은 “모든 나라는 다른 역사적 과정과 현실을 갖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 문제는 단기간에 양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각자 자국내 국민들을 의식한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양쪽의 합의문에 없었다. 그만큼 양국 의제에서 후순위로 밀려있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양 정상은 단지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 교착 및 긴장고조 국면의 돌파구를 열만한 획기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며 북한의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가능성을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우리는 6자회담이 이뤄낸 9·19 공동성명과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모든 유관 당사국들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성취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견고하게 진전시키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6자회담 관련국들에도 상응하는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가능성에 대해 중국과 함께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반대로 수위를 다소 낮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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