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열흘간의 쿠바·미국 방문을 시작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탄 의전차량 ‘포프모빌’을 타고 쿠바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서 아바나 시내로 이동하는 거리로 시민들이 나와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아바나/AP 연합뉴스
르포 l 교황, 쿠바 방문 첫날
“파파(교황) 프란치스코.”
“우리의 형제, 프란치스코.”
19일(현지시각) 오후 5시30분 정각, 쿠바의 수도 아바나 시내에 위치한 교황청 대사관 앞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무개차가 나타나자, 야자수를 등지고 서 있던 환영인파는 두 손을 높이 들며 교황을 맞이했다. 한 손엔 쿠바 국기, 다른 한 손엔 바티칸기가 들려 있었다. 찬송가를 부르거나 기타를 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교황은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손을 흔들며 대사관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30여㎞ 거리 수십만명 환영인파
“제재 풀리고 더 나은 삶을” 기대 교황 “미·쿠바 관계 정상화
세계 화해 모범될 것” 인사말 첫 남미출신 교황 보러
이웃 국가들에서도 찾아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 아바나 도착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역사적인 쿠바·미국 방문을 시작했다. 교황 취임 이후 가장 긴 여정이자, 가장 ‘외교적인’ 일정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은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 2012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교황으로서는 세번째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훨씬 더 역사적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바티칸 교황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맺은 지 80주년이다. 게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수립 과정에서 ‘비밀’ 중재 역할을 해왔다. 교황이 두 국가의 방문 일정을 묶은 것 자체가 양국 관계 증진을 이번 여정의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이날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최근 몇 달간 희망으로 가득 찬 사건을 목격했다”며 “수십년 동안 격리돼온 두 국가(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정치 지도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이 길을 걷고 잠재력을 개발하기를 촉구한다”며 “이는 전세계 화해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일부 보수적인 세력의 비판을 뒤로하고, 미국과 쿠바의 관계 증진에 중재자로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가 ‘세계의 화해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는 쿠바는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공항으로 나가 교황을 직접 영접했다. 공항에서 교황청 대사관이 있는 시내까지 30여㎞ 거리에는 환영인파가 모두 나와 있다고 쿠바의 사복경찰은 기자에게 귀띔했다. 이전 교황들의 쿠바 방문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수십만명의 환영인파가 나왔을 것이라고 쿠바 사람들은 전했다. 쿠바 정부는 이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교황 환영행사를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시내 곳곳에도 교황의 얼굴 사진과 그 밑에 “교황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적은 걸개판이 걸려 있었다. 교황 방문에 거는 쿠바인들의 기대는 분명했다. 미국의 제재가 풀리고 더 나은 삶이 펼쳐지기를 원했다. 미국과 쿠바는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양국에 대사관까지 개설했지만 경제봉쇄 조처 등 핵심 사안은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날 환영인파에 있던 국영기업 직원 안토니오 디아에르난데스(24)는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교황의 방문으로 미국의 경제봉쇄가 끝나고 쿠바와 미국의 왕래가 더 잦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테말라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교황을 보러 사흘 전 쿠바에 왔다는 네스토르 바모스(23)도 “내 희망은 교황의 방문으로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더 진전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모든 라틴아메리카의 희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연대의식’이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의 한 밑돌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의 쿠바 방문은 중남미 전체의 축제처럼 보였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교황을 보기 위해 쿠바로 날아왔다. 환영인파 속에도 쿠바 이외 다른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대학 친구 6명과 함께 교황을 보러 왔다는 산드라 페레스 메나는 “교황은 땅의 신이다. 게다가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첫 교황”이라며 “교황이 멕시코에는 아직 오지 않아 일부러 교황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오전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22일까지 쿠바의 지방도시 두 곳을 더 방문한 뒤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한다. 아바나/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제재 풀리고 더 나은 삶을” 기대 교황 “미·쿠바 관계 정상화
세계 화해 모범될 것” 인사말 첫 남미출신 교황 보러
이웃 국가들에서도 찾아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 아바나 도착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역사적인 쿠바·미국 방문을 시작했다. 교황 취임 이후 가장 긴 여정이자, 가장 ‘외교적인’ 일정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쿠바 방문은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 2012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교황으로서는 세번째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훨씬 더 역사적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바티칸 교황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맺은 지 80주년이다. 게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수립 과정에서 ‘비밀’ 중재 역할을 해왔다. 교황이 두 국가의 방문 일정을 묶은 것 자체가 양국 관계 증진을 이번 여정의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이날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최근 몇 달간 희망으로 가득 찬 사건을 목격했다”며 “수십년 동안 격리돼온 두 국가(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정치 지도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이 길을 걷고 잠재력을 개발하기를 촉구한다”며 “이는 전세계 화해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일부 보수적인 세력의 비판을 뒤로하고, 미국과 쿠바의 관계 증진에 중재자로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가 ‘세계의 화해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는 쿠바는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공항으로 나가 교황을 직접 영접했다. 공항에서 교황청 대사관이 있는 시내까지 30여㎞ 거리에는 환영인파가 모두 나와 있다고 쿠바의 사복경찰은 기자에게 귀띔했다. 이전 교황들의 쿠바 방문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수십만명의 환영인파가 나왔을 것이라고 쿠바 사람들은 전했다. 쿠바 정부는 이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교황 환영행사를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시내 곳곳에도 교황의 얼굴 사진과 그 밑에 “교황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적은 걸개판이 걸려 있었다. 교황 방문에 거는 쿠바인들의 기대는 분명했다. 미국의 제재가 풀리고 더 나은 삶이 펼쳐지기를 원했다. 미국과 쿠바는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양국에 대사관까지 개설했지만 경제봉쇄 조처 등 핵심 사안은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날 환영인파에 있던 국영기업 직원 안토니오 디아에르난데스(24)는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교황의 방문으로 미국의 경제봉쇄가 끝나고 쿠바와 미국의 왕래가 더 잦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테말라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교황을 보러 사흘 전 쿠바에 왔다는 네스토르 바모스(23)도 “내 희망은 교황의 방문으로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더 진전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모든 라틴아메리카의 희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연대의식’이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의 한 밑돌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의 쿠바 방문은 중남미 전체의 축제처럼 보였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교황을 보기 위해 쿠바로 날아왔다. 환영인파 속에도 쿠바 이외 다른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대학 친구 6명과 함께 교황을 보러 왔다는 산드라 페레스 메나는 “교황은 땅의 신이다. 게다가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첫 교황”이라며 “교황이 멕시코에는 아직 오지 않아 일부러 교황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오전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22일까지 쿠바의 지방도시 두 곳을 더 방문한 뒤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한다. 아바나/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