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민병대 훈련소 설치키로
철군 약속 달리 미군 더 늘어날듯
철군 약속 달리 미군 더 늘어날듯
2008년 대선 당시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며 철군을 약속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반 다시 이라크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지상군을 파병하라는 공화당의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라크에 군사훈련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11일 “바그다드에서 티크리트로 가는 길목이나 키르쿠크와 모술로 향하는 길목 같은 전략적 지역에 군사기지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뉴욕 타임스>등 외신들이 전했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은 안바르주 동부 타카둠 공군기지에 이라크 정부군과 수니파 민병대 훈련을 위한 새 훈련소를 설치하고 군사고문단 450명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승인했는데, 이에 더해 군사훈련소 추가 설치 계획을 밝힌 것이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이런 군사기지를 통한 이라크군 훈련계획을 ‘수련 잎’ 작전이라고 불렀다. 수련 잎이 연못 전체에 점점이 퍼지듯 기존 군사기지에서의 훈련을 이라크의 다른 지역들로 확대해 간다는 뜻이다. 군사훈련소 추가 설치가 실현될 경우 이라크에 파병하는 미군의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라크 현지에 파견된 미군 군사고문단의 규모는 현재 3080명이다. 전날 새롭게 확정 발표된 450명을 포함하면 3500명대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안바르주에 설치할 타카둠 기지는 앞으로 미군이 이라크에 설치할 군사훈련소 가운데 첫 번째라며 “타카둠 기지에 세우려는 것은 우리가 다른 지역에서도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둠 군사기지의 성과를 보면서 다른 전략적 요충지에도 군사기지를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이번 군사기지 확대 및 증원 방침은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에서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나선 지 10개월 만에 27억달러(약 3조원)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8월8일 미군 시설이 있는 이라크 아르빌을 방어하기 위해 이슬람국가를 상대로 첫 공습을 시작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들어간 비용이 27억 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하루 평균 약 900만달러(약 100억원) 이상을 쓴 셈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