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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터키 ‘13년 통치’ 에르도안, 장기집권 제동 걸리다

등록 2015-06-08 20:31수정 2015-06-08 22:16

총선서 41% 득표…사실상 참패
대통령중심제 개헌 구상 ‘물거품’
연립정부 구성해야 할 처지로
쿠르드계당, 제4당으로 떠올라
7일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쿠르드계 인민민주당이 득표율 10%의 벽을 넘어 의회에 진출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이날 밤 동남부의 디야르바크르에서 인민민주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디야르바크르/AP 연합뉴스
7일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쿠르드계 인민민주당이 득표율 10%의 벽을 넘어 의회에 진출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이날 밤 동남부의 디야르바크르에서 인민민주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디야르바크르/AP 연합뉴스
터키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내각책임제를 대통령제로 바꿔 장기집권 기반을 굳히려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구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소외된 소수민족 쿠르드족을 대표하는 인민민주당의 약진이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은 8일 개표가 99.95% 진행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이 40.81%를 득표해 전체 의석 550석중 258석을 얻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2011년 선거에서 327석을 확보했던 정의개발당의 큰 후퇴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은 25%를 득표해 132석을 얻었고 제2야당인 민족운동당은 16.33%를 득표해 81석을 얻었다.

2002년 총리로 집권한 뒤 총리 연임제한에 걸리자 지난해 대통령으로 자리를 바꾼 에르도안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중심제로의 개헌을 통해 자신의 장기집권 기반을 굳힐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의개발당은 가까스로 1위는 지켰지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 330석은 커녕 과반에도 못미치는 사실상 참패를 당했다. 사법체계를 장악하고, 정치적 반대파에 대해 탄압으로 일관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내정책도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차압타이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에르도안에게 야망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정의개발당에 결정적 일격을 가한 것은 소외돼 온 소수민족인 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의 약진이다. 인민민주당은 처음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 13.1%를 득표해 79석을 확보하며 제4당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비례대표제인 터키 총선은 정당별 전국 득표율이 10% 이상인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한다. 10% 미만 정당의 득표는 사표로 처리되고 1위 정당에 추가로 의석이 배정된다. 만약 인민민주당 득표율이 10%가 안됐다면 정의개발당이 추가로 60석 정도를 얻어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인민민주당의 약진이 정의개발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쿠르드계 정당이 총선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르드족은 터키 인구의 약 20%로 추정되지만, 이전까지는 ‘10%’ 득표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무소속으로만 총선에 출마했다.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쿠르드족 최대 거주지역인 남동부 디야르바크르 거리는 환호에 휩싸였다. 셀라하틴 데미르타쉬 인민민주당 공동대표는 “자유를 원하는 모든 국민과, 모든 억압받는 사람, 소수자들이 함께 승리했다”며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논쟁은 끝났고, 터키는 가까스로 재난을 면했다”라고 자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정의개발당은 2002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13년 동안 단독정부로 집권했지만 이번에는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 처지가 됐다. 3개 야당이 모두 연정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은 제1야당에게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조기총선 실시와 과도정부 수립을 요구할 수 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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