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비에른 야글란
3-2 표결…후임에 전 보수당 대표
정권 교체 후폭풍 첫 임기중 하차
보수당 집권뒤 보수 위원 늘린 탓
정권 교체 후폭풍 첫 임기중 하차
보수당 집권뒤 보수 위원 늘린 탓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토르비에른 야글란(65·사진) 위원장이 3일 위원회의 표결로 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모두 5명으로 구성되는 노벨위원회는 이날 위원장 선정 표결에서 ‘찬성 3 대 반대 2’로 야글란 위원장의 사퇴를 의결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평위원 자격은 유지한다. 후임 위원장에는 카시 쿨만 피베 전 보수당 대표가 선임됐다. 노르웨이 노동당 대표로서 총리를 역임(1996~1997년)했던 야글란 위원장은 2009년 임기 6년의 노벨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시상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위원 5명은 노르웨이 의회가 선임한다. 2013년 총선에서 좌파연정이 패배하고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노벨위원회에도 보수 성향의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집권당 교체 후폭풍으로 임기 도중에 물러난 것은 1901년 노벨평화상이 제정된 지 114년 만에 처음이다.
피베 신임 위원장은 “노벨위원회는 매년 위원장을 선임하게 돼 있으며, 올해는 새 위원회가 구성된 해일 뿐”이라며 야글란 위원장 ‘축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야글란 전 위원장이 지난 6년 동안 훌륭한 지도자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르웨이 우파들은 야글란 위원장에 대해 계속 마뜩잖은 시선을 보내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야글란 위원장은 수차례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과 관련해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09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된 버락 오바마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전격 선정하는 데 앞장섰다. 2010년에는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면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또 2012년 유럽연합(EU)이 노벨평화상 수상단체로 선정됐을 때에도 논란이 있었다.
노르웨이의 역사학자이자 노벨상 전문가인 아슬레 스벤은 “중국이 야글란의 위원장직 박탈을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데 대한 사과의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이번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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