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세력들 충성맹세 영상 공개
탈레반 내부 균열 발생 탓인 듯
‘인질 몸값 요구’ 자금난 분석도
탈레반 내부 균열 발생 탓인 듯
‘인질 몸값 요구’ 자금난 분석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프팍’(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시리아·이라크에서 중앙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1일 아프간 탈레반의 균열이 이슬람국가의 아프간 내 세력 구축에 좋은 기회가 되고 있으며, 최근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 거점을 둔 옛 탈레반 주요 지휘관 압둘 라우프 카딤이 이슬람국가로 전향해 세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전향은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무함마드 오마르가 수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탈레반 내부에서 균열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키스탄과 아프간 동부에서 10개 저항세력의 지도자가 이슬람국가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동영상도 인터넷에 공개됐다. 아프간에서는 이슬람국가와 탈레반 무장대원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이슬람국가가 시리아나 이라크에서보다 아프간에서 신병 모집에 더 열중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가 아프팍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은 참수 등 극단적인 방법이나 온라인 홍보 등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다 탈레반에 소외감을 느낀 일부 현지 무장세력들이 가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아프팍 지역에서 활동해온 탈레반 토착 세력에 비해 이슬람국가 추종 세력은 아직 소수이고, 탈레반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이들이 얼마나 빨리 세력을 확장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에이피> 통신은 “미군과 나토군이 이 지역에서 철수한 뒤 아프간 군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국가가 아프간 등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은 무장세력 간의 경쟁을 촉발해 이 지역을 더 불안정하게 하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국가가 일본인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며 2억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는 것은 자금난에 빠진 이슬람국가의 고육책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이슬람국가가 인질 살해를 위협하며 공개적으로 직접 돈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일부 유전을 장악하고 여기서 나오는 석유를 밀매해 얻는 돈은 이슬람국가의 최대 자금원이지만, 최근 국제유가 폭락과 서방 국가들의 폭격 등으로 이슬람국가는 원유 판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등 지난해 9월 이후 시리아 북동부의 하사카, 데이르에즈조르 등 유전 지역에 대한 폭격을 계속하고 있어, 이슬람국가 점령 지역에서 나오는 원유 수송 행렬이 눈에 띄게 줄었다. 독일 정보당국은 지난해 이슬람국가 장악 지역의 원유 생산 능력을 하루 2만8000t으로 추정하면서 연간 수입으로 환산하면 10억달러에 해당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원유 수입이 “연간 수억달러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박영률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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