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 군사법령에 서명
‘정밀타격무기 사용’ 조항 첫 신설
러, 무력대응 의지와 명분 다져
나토 “러가 유럽안보 저해” 비판
‘정밀타격무기 사용’ 조항 첫 신설
러, 무력대응 의지와 명분 다져
나토 “러가 유럽안보 저해” 비판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핵심적 외부 위협이라고 규정하는 군사 독트린을 밝히자, 나토가 이를 반박하면서 양쪽이 팽팽한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6일 ‘러시아 연방의 군사 교리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법령에 서명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에르에스(RS)-24’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앞서 19일 푸틴 대통령이 의장인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는 최근 군사안보 환경에 대한 최신 평가와 정책 방향, 정밀타격무기 사용 등 강화된 군사 대응 원칙 등을 기존의 군사 독트린에 추가한 새 원칙을 비준했다. 이번에 개정된 군사 교리는 “북아프리카·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첫째 관심사”라고 통신은 전했다. 또 “러시아의 문 앞에까지 닥친 나토의 잠재적 군사력 증강도 러시아가 직면한 핵심적 외부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핵심적 위협’의 구체적 사례로는 “러시아 국경 쪽으로 근접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들의 군사시설 확대” 등이 언급됐다.
새 교리에는 특히 사상 처음으로 “전략적 억지 수단으로 정밀타격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문서에는 정밀타격 무기의 종류나 사용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재래식 정밀타격 무기에는 지대지 미사일, 공중 및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정밀 유도폭탄 등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또는 러시아의 동맹국이 적의 핵 공격이나 재래식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받았을 경우 보복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존 원칙은 유지됐다. 새 군사 독트린은 또 원유와 천연자원의 보고인 북극해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번 군사 교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날카로운 긴장과 대립을 반영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러시아의 무력대응 의지와 명분을 깔아놓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열린 국가안보회의에서 “우리의 군사 독트린이 극도로 방어적 성격이라는 건 바뀌지 않지만, 우리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토는 즉각 “나토는 러시아와 어떤 나라도 위협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아나 룬제스쿠 나토 대변인은 “나토가 회원국의 안보를 보장하려는 모든 조처는 명백히 방어적인 성격으로 국제법을 준수한다”며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는 등 국제법을 어기고 유럽 안보를 저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토는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러시아와 건설적 관계를 추구하겠지만 러시아가 국제법을 준수할 때만 그럴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서방이 서로 자기 쪽 군사전략이 ‘방어적’ 이라고 주장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