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풀어 루블화 폭락 막기
에너지·다이아몬드 기업들
두달간 500억달러 매각해야
에너지·다이아몬드 기업들
두달간 500억달러 매각해야
러시아 정부가 23일 루블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5대 국유 수출기업들에게 외화 보유분의 일정액을 팔라고 명령했다.
가스프롬·로스네프트·자루베즈네프트 등 3개 에너지 기업과 알로사·크리스탈 등 2개 다이아몬드 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일정량의 외화를 내년 3월초까지 매각해 지난 10월초 외화 보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명령문에는 “지명된 기업들은 일주일 단위로 외화 보유 보고서를 러시아 중앙은행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들 국유 기업이 매각해야 할 외화의 총액까지 명령문에 명시되진 않았다. 러시아 경제 일간 <코메르산트>는 5대 기업의 외화 매각 규모가 내년 3월1일까지 400억~500억달러, 하루 평균 약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명령은 지난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5대 기업 회장과 만나 정부가 국유기업들의 외화 매각에 적극적 역할을 하기로 합의한 데 이은 구체적 조처다. 시중에 달러를 풀어서라도, 유가 하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에 따른 루블화 폭락과 인플레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12월 들어서만 100억달러가 넘는 외화를 방출하는 등 루블화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아에프페>(AFP) 통신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정례적인 외화 매각은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성 확보와 수출기업들의 환위험 방지에 유익하다”고 밝혔다. 루블화 환율은 지난 주 한때 1달러당 80루블까지 치솟으며 통화가치가 폭락했으나 23일에는 달러당 54.8루블로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에너지 수출 의존도가 너무 큰 러시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러시아의 통화 유연성과 그것이 취약한 경제 상황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90일 안에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떨어질 확률이 적어도 50%임을 뜻한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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