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고문 실태] 국제사회 반응
‘미 비밀감옥’ 드러난 폴란드 곤혹
중·러, `‘미 인권공세’에 반격기회
‘미 비밀감옥’ 드러난 폴란드 곤혹
중·러, `‘미 인권공세’에 반격기회
미국 상원이 ‘중앙정보국(CIA) 고문 보고서’를 공개한 뒤, 영국 등 우방국에서도 잔혹한 고문 실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불똥은 영국과 폴란드 등 전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터키를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9일 고문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문은 언제나 잘못된 일이다”라고 답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우리는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해 극단주의 세력을 물리치려 하고 있지만 우리가 도덕을 포기한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9·11 테러 이후 분명 잘못된 일들이 일어났으며 미국이 잘못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도 사설에서 “미국의 수치와 불명예로 가득찬 이야기가 마침내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냈다”며 “고문은 잘못된 일이며 효과도 없었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법치와 미국에 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미국의 인권 개선 압박에 반발해 온 중국, 최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운 러시아 등이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 인권에 대한 비판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리는 한결같이 고문에 반대한다”며 “미국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번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반성하고 잘못된 방법을 교정하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 보고서 공개를 주요 뉴스로 상세히 다루면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이 고문 과정에서 영국·폴란드 등 유럽국가들과 협조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체포 테러 용의자를 비밀리에 제3국으로 이송하는 미 중앙정보국의 ‘범인 인도’ 프로그램에 영국이 협력했으며, 이 과정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9일 보도했다. 영국 정보기관인 대외정보부(MI6)가 미 중앙정보국의 고문에 협력했는지, 고문이 이뤄질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 등이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 묵인했는지 등이 쟁점이다.
폴란드에서도 이번 보고서에서 폴란드 정부가 계속해 부인해온 자국 내 미 중앙정보국 비밀 감옥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박영률 기자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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