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공식 체포…기밀 유출 혐의도 받아
‘시황제’가 드디어 ‘왕호랑이’ 처벌을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5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저우융캉의 엄중한 기율위반사건에 대한 조사보고’ 안건을 심의 통과시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당적 박탈과 사법기관 이송을 결정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6일 보도했다. 최고인민검찰원은 이어 발표한 성명에서 저우융캉의 공식 체포를 결정하고 사법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저우융캉을 조사해온 공산당 최고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저우의 혐의는 △본인과 가족의 거액 뇌물 수수 △당과 국가 기밀 유출 △권력을 남용해 가족·친척 기업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국유 재산 손실 초래 △돈·권력을 매개한 여러 여성과의 간통 등이다. 기율위는 ‘당과 국가 기밀 유출’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 <명보>는 저우융캉이 시진핑의 권력 승계를 막기 위해 외국 언론에 시진핑 일가를 비롯한 지도자급의 재산 관련 기밀을 유출한 것을 지칭하며, 이 부분에 대한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밀 유출 혐의가 적용된 것은 저우와 결탁해 시진핑에 도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가 종신형 판결을 받은 데 비해, 저우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사법·공안의 황제’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상무위원급으로는 처음으로 비리와 기밀 유출 혐의로 처벌받게 됐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의 관례를 깨고 최고위급 처벌을 성사시켰다는 의미이다. 시진핑의 권력 공고화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저우융캉은 후진타오 지도부 시절 공안·검찰·법원·무장경찰·국가안전부 등을 총괄했다. 수십년간 ‘석유방’(석유산업을 기반으로 한 정치파벌)의 좌장 역할도 해왔다.
당내에 강력한 영향력과 파벌 기반을 가지고 있어 처벌이 쉽지 않았던 저우융캉에 대한 당적 박탈과 처벌을 성사시킨 것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승리다. 그의 부패와의 전쟁이 앞으로도 강하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한다. 반부패의 칼끝이 다음엔 누구를 겨눌지도 관심사이다. 저우융캉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 전 부주석, 자칭린 전 정협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