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외교소식통 밝혀
미국, 북핵 유연한 태도로 돌아서
보즈워스 등 참석 가능성
미국, 북핵 유연한 태도로 돌아서
보즈워스 등 참석 가능성
북한과 미국이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반민반관 형태의 ‘1.5트랙’ 대화를 추진하는 등 북-미간 탐색전이 시동을 걸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3일(현지시각) “북한 외무성 당국자들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회동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소식통은 “아직 참석자와 일정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의 참석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쪽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 비확산센터 소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올해 가을께부터 6자회담과 달리 북-미간 대화에는 사전 조건이나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 쪽이 북핵 문제에 비교적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배경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종식 이후 최악의 관계를 보이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남은 2년여 임기 동안 중국과 이란, 북한 문제에 대해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이다. 특히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것을 두고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미국은 ‘탐색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움직일 여지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해서도 한-미의 입장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한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회담한 뒤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 일부에서 이해하는 것처럼 북한이 1에서 10까지의 구체적 어떤 조처들을 다 취해야 하고 그다음에야 우리가 대화를 하겠다는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이른바 ‘2.29합의 수준의 비핵화 사전 조처’라는 기존의 6자회담 재개 문턱과 관련해 북한과 사전 대화를 통해 협의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럼에도 한·미가 기대하는 문턱의 수준과 북한의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주장은 워낙 간극이 커서, 단시일내에 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서는 등 북한의 앙금이 쌓여 있어, 인권문제가 북-미간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용인 기자, 워싱턴/박현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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