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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현대 유대인은 고대 이스라엘 유대인의 후예 맞을까?

등록 2014-12-04 17:20수정 2014-12-04 20:40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의길의 세계만사 ③

2천년 전 자신들의 조상이 살던 땅이라는 근거로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와서 세운 나라 이스라엘

현대 유대인 대부분 고대 팔레스타인서 살던 유대인과
혈통적 관계 없다는 주장은 여전히 논쟁거리로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공식화하는 법률 제정 시도로 팔레스타인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 관련 기사 : ‘이스라엘은 유대인 민족국가’ 법안 국무회의 통과…의회 투표는 미뤄)이스라엘 의회가 3일 의회 해산 안건을 가결해, 조기총선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번 의회 해산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추진한 이스라엘 유대 국가 법률에 대한 연립정부 내의 이견도 한몫했습니다.

■ 유대인은 정말 유대인인가?=이스라엘이 유대인들의 나라라는 것은 새삼스런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는 것은 현대 이스라엘 국가의 건국 배경 때문입니다.

잘 알다시피 현대 이스라엘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2차대전 뒤 팔레스타인 땅에 돌아와 세운 나라입니다. 그 땅이 2천년 전에 자신들의 조상이 살던 땅이었다는 근거가 그들의 건국 논리였습니다. 문제는 그 땅이 무주공산의 빈 땅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아랍 주민들이 살고 있는 땅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냈고, 지금도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입니다.

이스라엘을 유대인들의 민족국가로 정의한다는 것은 그 땅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물론이고, 양심있는 많은 이스라엘 국민들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유대인들의 민족국가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결국 그들의 건국 논리에 뿌리를 둡니다. 그 땅이 현재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조상 땅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거꾸로 얘기해서, 2천년 전에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유대인들이 현재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조상이라는 얘기입니다. 2천년 전의 조상 땅이 현재 그 땅의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논리가 타당하다고 해도, 그럼 과연 현재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정말로 2천년 전에 그 땅에 살던 유대인들의 후예일까요?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이스라엘과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현대 유대인의 다수는 고대에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유대인과는 혈통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건국 전에 유대인들의 다수는 동유럽에 거주했습니다.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을 ‘아슈케나지’라고 합니다. 아슈케나지에 대비해서, 남유럽 등 지중해 연변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은 ‘셰파르디’라고 합니다. 또 이디오피아 등 아프리카에 살던 검은 피부의 유대인들을 미즈라히라고 합니다. 아슈케나지는 현대 이스라엘을 세운 주역이자, 이스라엘과 세계 각지에 퍼진 현대 유대인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류 유대인입니다.

■ 현대 유대인은 투르크계의 후예?=그런데 이 아슈케나지가 혈통적으로 보면 과거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유대인들의 후예가 아니라는 주장이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 아슈케나지의 기원은 팔레스타인 땅이 아니라 현재 우크라이나가 포함된 흑해 북쪽과 카스피해 북쪽 등 남부 러시아에 서기 10세기 전후에 세워졌던 하자르 왕국에 살던 주민들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자르 왕국은 투르크계 유목민이 세웠던 왕국입니다. 이 왕국의 왕족 등 지배층들은 서기 9세기께에 유대교로 개종했고, 왕국 전체 주민들도 유대교로 개종했습니다. 그 후 하자르 왕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주민들이 유대교 신앙을 유지하면서 동유럽까지 와서 정착해, 현재의 아슈케나지가 됐다는 논리입니다.

아슈케나지의 하자르 기원설은 애초부터 아슈케나지 내부에서 제기됐습니다. 러시아의 유명한 유대계 역사학자인 아브라함 하르카비(1835~1919)가 러시아계 유대인들의 기원을 파헤치면서, 많은 아슈케나지들은 하자르에서 기원했을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르카비가 이 이론을 주장하자마자, 남부 러시아의 유대인인 카라이테 출신인 아브라함 피르코비치라는 유명한 작가이자 고고학자가 자신의 부족은 유대교로 개종한 투르계가 기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피르코비치는 카리이테 유대교의 사제이기도 합니다.

애초 아슈케나지의 하자르 기원설의 배경은 당시 유럽 전역에서 팽배하던 반유대 정서입니다. 유럽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이 혈통적으로 따지면 배타적인 민족이 아니라 피가 섞인 혼혈이며, 이는 결국 평균적인 유럽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세우려는 것입니다. 이들은 현대 유럽의 유대인들의 기원이 하자르에 있다는 것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현대 유럽인들과 피가 섞인 혼혈 민족이라는데 강조점을 뒀습니다. 유럽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오지 않았는데도 유대교를 믿게 된 배경을 하자르 왕국의 유대교 개종설에서 근거를 찾은 것입니다.

아슈케나지의 하자르 기원설은 프랑스의 유명한 역사학자인 에르네 르낭에 의해 19세기말 서방에 퍼졌습니다. 민족주의와 민족의 기원에 관한 현대적 이론을 정립한 르낭은 유럽의 아슈케나지는 유대인들의 혈통 기원인 셈족이 아니라, 하자르 왕국의 투르크계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유대인을 혈통적으로 단일민족으로 보는 견해를 반대했습니다.

아슈케나지의 하자르 기원설은 헝가리계 유대인 출신의 영국 작가인 아서 케슬러에 의해 1970년대에 서방에서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며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13지파>라는 저서를 통해서 이 주장을 펼쳐서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태생적으로 유대인으로 태어난 케슬러는 유대교를 믿지 않았고, 유대인으로 살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가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사는 나라에 완전히 동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입니다. 유대주의나 반유대주의 모두에 비판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이 성경의 유대인들과 생물학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증거가 입증된다면 유럽의 반유대주의의 인종적 토대가 제거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유대인들은 유대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이렇듯, 아슈케나지의 하자르 기원설은 반유대주의를 겨냥한 담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대 이스라엘을 운영하는 유대인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담론으로 변해갔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팔레스타인 땅에 세워진 이스라엘의 건국 근거는 과거 자신들의 조상이 살던 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현대 이스라엘 유대인의 다수인 아슈케나지가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후예가 아니라는 것은 그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고 세운 자신들의 건국 정당성을 더욱 훼손하게 됐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쪽은 유대인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로 이를 반박했습니다. 전 세계에 퍼진 현대 유대인들의 유전자를 조사해보니, 유전적 동일성을 갖고 있고, 아슈케나지 유대인도 청동기 시대 때인 기원전 2500년에서 700년 사이에 중동에서 기원해서 유럽으로 퍼져나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전자 조사에 바탕해서 아슈케나지를 포함한 현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은 이스라엘의 예시바대학교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유전학자인 해리 오스트레의 연구로 집대성됐습니다. 오스트레는 유대인들은 유전적으로 동일하며, 그들이 어디에 살든 간에 비유대인보다는 자신들끼리 유전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대인들이 중동에서 기원한 조상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유전자 조사에 입각한 연구는 이른바 아슈케나지에 관한 ‘라인란트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가설은 아슈케나지는 서기 7세기 무슬림들의 팔레스타인 땅 정복 이후 팔레스타인을 떠난 유대인들의 후예라고 주장합니다. 이들 유대인은 남부 유럽에 자리 잡았다가 중세 때에 라인란트, 즉 독일로 이주해서 동유럽 쪽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이런 유전적 조사 주장이 굳어지던 2013년 한 젊은 이스라엘 유전학자가 이를 반박하며, 아슈케나지의 하자르 기원설은 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에란 엘하이크라는 유전학자는 <유럽 유대인 조상의 잃어버린 고리: 라인란트 가설과 하자르 가설의 대비>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아슈케나지의 뿌리는 코카서스 지역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카서스 지역은 과거 하자르 왕국이 있던 흑해와 카스피해 지역입니다. 아슈케나지의 유전자는 오스트레 등 라인란트 가설을 주장한 유전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유전적으로 이질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유대인들의 디엔에이에서 중동 지역 주민들의 유전적 표식을 발견하긴 했으나, 이는 고대 유대 지방이 아니라 이란 쪽에서 온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엘하이크는 유대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적 사인’을 코카서스 지역에 살고 있는 현대 아르메니아 주민과 조지아 주민들의 유전적 사인을 비교해, 이런 결론을 얻어냈습니다. 그는 중세 시대 때에 유럽에서 인구가 얼마 안되던 유대인들이 20세기초에 800만명이나 급격히 팽창한 것은 이런 하자르 왕국의 주민들이 유대교를 믿으며 아슈케나지로 변신한 것을 빼고는 설명이 안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엘하이크는 아슈케나지의 하자르 기원설이 반유대주의자들의 담론으로 이용되는 것도 반대하지만, 유대인들이 유전적으로 중동에서 기원했다는 주장 역시 시오니즘의 근거로 활용되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엘하이크는 오스트레에게 서로의 연구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 데이터 자료를 공개할 것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오스트레는 자신의 연구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유대인들에 대한 중상 금지 원칙을 밝히고 서약하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엘하이크는 이 조건이 오스트레 등의 연구가 편파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엘하이크의 주장이 나오자, 9개국 13개 대학교의 30명 유전학자들이 서둘러 다시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기원설을 입증하는 유전자 조사를 했습니다. 결론은 물론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하자르 왕국과 관련이 없으며, 중동에서 기원했다는 기존 학설을 재확인한 거죠.

유대인들은 보통 모계 혈통을 따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대교로 개종한다면 유대인으로 받아주는 게 전통입니다. 민족은 혈통에 근거한 개념이나 단위가 아닙니다. 민족적 정체성이란 혈통보다는 문화나 언어 등에서 찾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유대인의 혈통은 사실 유대인을 규정하는데 별 의미가 없게 됩니다.

이스라엘을 유대 민족국가로 정의하려고 하고, 유대인은 같은 혈통이라고 하는 주장은 반유대주의를 더욱 부채질하는 처사일 뿐입니다. 그건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폐쇄적인 민족지상주의로 이끌게 됩니다. 나치 시대 때 유대인들이 희생당한 홀로코스트는 바로 독일의 폐쇄적 민족주의가 낳은 산물입니다. 유대인들은 지금 자신들을 그렇게 박해하던 나치를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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