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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프란치스코 교황, 근위대장 해임…너무 뻣뻣해서?

등록 2014-12-04 14:28수정 2014-12-04 19:41

지난 여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15일 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를 방문해 이동하며 신도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여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15일 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를 방문해 이동하며 신도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스위스용병 부대인 교황 근위대 대장을 해임하기로 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바토레 로마노>는 3일치 1면에 “교황이 근위대장 대니얼 루돌프 안리히 대령의 5년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1월31일에 그의 직무를 마치도록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근위대장 해임의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바티칸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리히 대령의 ‘뻣뻣한’ 권위주의 스타일을 못마땅해 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로마 지역신문 <메사제로>도 이날 “교황이 보좌관들에게 자신은 덜 경직된 근위대, 덜 억압적인 관리 방식을 선호한다는 신호를 주었다”고 보도했다.

안리히 근위대장이 병사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군대식 규율을 강요하면서, 교회 개혁을 추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탈권위주의적이고 개방적인 태도와 불협화음을 빚었다는 이야기다. 한 근위병은 “안리히 근위대장의 해임은 독재의 종말”이라며 반겼다. <비비시> 로마 주재 기자는 “안리히 근위대장이 바티칸 내 근위대 병영 위쪽에 있는 대형 호화 펜트하우스 아파트에서 기거한 것도 교황의 눈에 곱게 비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잦은 외국 방문 때에도 방탄 리무진차 대신 수수한 소형차를 선호하고 언제든 대중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일 교황의 탈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아침 교황이 개인 거처에서 밤새 서서 근무하던 근위병에게 ‘앉으라’고 권하자, 그 근위병은 “명령에 위배되므로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교황은 “여기서는 내가 명령하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밤샘근무에 지친 근위병을 위해 카푸치노 커피를 사러 갔다는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교황이 근위병과 악수하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근위병이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오랜 규율을 깨는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근위병들의 이름을 거의 다 알고 있을 만큼 근위대와도 허물없이 지내왔다고 한다.

교황 근위대는 110명의 스위스 용병들로 구성된다. 1506년 율리우스 2세 교황 때부터 바티칸에 주둔하면서 교황 경호와 교황청 경비를 전담하고 있다. 군대를 따로 두지 않는 바티칸 시국의 사실상 유일한 무장병력이기도 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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