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이 입단식 동영상.
밀라노 경찰, 마피아 입단식 동영상 확보
“일 생기면 청산가리” 자결 뜻하는 규율 언급
이탈리아 3대 조직…교황의 ‘파문’으로 유명
“일 생기면 청산가리” 자결 뜻하는 규율 언급
이탈리아 3대 조직…교황의 ‘파문’으로 유명
“거룩한 오후가 귀의자들을 환영한다.”
야구 모자를 눌러쓴 고참 조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입단식의 시작을 알린다. 이제 막 마피아의 새 가족이 된 신참들은 고개를 숙인 채 의식을 주도하는 ‘선배’의 한마디 한마디를 새긴다. 자못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신입단원 입단의식이 생생하게 녹화돼 공개됐다.(▶ 동영상 바로 가기) 이탈리아 경찰이 최남부 칼라브리아 지역에 본거지를 둔 ‘은드랑게타’ 조직에 대한 대대적 검거작전을 벌여 40명을 체포하고 코모와 레코 등 북부 지역의 3개 지부를 일망타진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밀라노 검찰청의 일다 보카시니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사상 처음으로 마피아들의 맹세의식이 실시간 동영상으로 녹화돼, 경찰 정보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마피아 조직원의 육성을 듣게 됐다, 서약을 한 신참 조직원 중에는 17살짜리도 있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이 공개한 ‘몰래 카메라’ 영상에는 ‘은드랑게타’ 조직의 입단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의식을 주도하는 자는 말한다. “오늘 저녁, 달의 광채와 별빛 아래 밤의 정적 속에서, 나는 겸손한 언어로 거룩한 결사를 맺는다. 자, 다 함께 복창하라. ‘나는 내가 받아들인 조직에 내 모든 것을 맡기며, 형제들의 명예를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
이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을 일러준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다른 누구도 아닌 너희 자신이 스스로를 심판하게 될 것이다. 만일 부주의해 일이 생기면 청산가리 극약이 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네 총에는 너 자신(의 자살)을 위한 총알 하나가 항상 남겨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입단의식의 마지막은 조직 비밀보호 서약으로 끝난다. “누군가 너의 출신을 묻거든 이렇게 대답하라. ‘내 아버지는 해이고, 내 어머니는 달이다’라고.”
보카시니 검사는 “이번 동영상은 ‘전통의 힘’이 어떻게 은드랑게타 조직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은드랑게타 조직은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의 하나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들을 ‘파문’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지난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은드랑게티 패밀리의 본거지인 칼라브리아 주를 찾아 10만여명의 신자들 앞에서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숭배하는 자들은 하느님과 교감하지 않는다. 그들은 파문당했다”고 선언했다.
(▶ 관련 기사 : ‘마피아의 맹세는 키스로’ )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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