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11년 재정적 효과 분석
“독일보다 고급인력 유치에 성공”
“독일보다 고급인력 유치에 성공”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근 강도높은 이주민 규제 방안을 예고한 가운데 반이민 기류가 높아진 영국에서 이민자들이 받는 혜택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이주분석센터가 실시한 ‘영국 이주민의 재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2000년에서 2011년 사이에 영국 공공재정에 200억파운드의 순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이 5일 전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연합 초창기 회원국 15개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그들이 받은 복지보다 150억파운드를 더 기여했고, 동유럽 이민자들도 50억파운드를 기여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또 “영국이 고등교육을 받고 고급기술을 가진 이민자들을 유치하는 데 독일보다도 더 성공했다”고 밝혔다. 서·남부 유럽 출신 이민자의 60% 이상과 동유럽 출신 이민자의 25%가 대졸 이상으로 영국 본토 출신 노동자의 24%에 견줘 학력 수준이 더 높다. 그러나 유럽 이민자들은 영국 출신보다 고용률이 낮았고, 공공주택 거주 등 복지혜택도 더 적었다.
이주분석센터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더스트먼 교수는 “최근 이민자 논쟁의 주요 관심사는 이민자들이 세금과 복지시스템에 정당한 몫을 내고 있는지 여부”라며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파들은 이 보고서가 “깊이가 얕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파 성향 싱크탱크인 ‘시비타스’의 데이비드 그린 연구원은 “이 보고서가 세금과 복지 혜택에 초점을 맞춰 대졸 이주민들이 바리스타나 웨이터로 일하는 등 ‘인적자원의 낭비’에 대해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젊고, 더 나은 교육을 받은 이주민들이 영국에선 좋은 노동자들이지만, 최고의 인재들이 빠져나간 그들의 모국은 번영에서 뒤쳐지고 있으며 이는 유럽 전체로 봐도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민자 규제 정책의 강도를 높여온 캐머런 총리는 내년 5월 총선을 겨냥해 다음달 강력한 이민자 규제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유럽연합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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