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일미래포럼 주최로 지난 18일 도쿄 게이오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심규선 대기자 ‘바뀐 한-일관계, 바뀌지 않은 미디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도쿄/이용인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일미래포럼 주최 컨퍼런스
“한일 갈등 최전선에 양국 지도자에 대한 불신 자리”
“한일 갈등 최전선에 양국 지도자에 대한 불신 자리”
최근 한-일 갈등의 최전선에 양국 지도자들에 대한 상대방 지도자와 국민들의 불신이 자리잡고 있어, 양국 지도자들이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일미래포럼 주최로 지난 18일 도쿄 게이오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바뀐 한-일관계, 바뀌지 않은 미디어’라는 주제로 발표한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는 한-일 관계가 악화된 원인의 하나로 ‘양국 정상이 선수가 돼버린’ 현실을 지적하며 “예전에 없던 특이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갈등 해결의 최종 해결자들이 갈등 조성의 최전선에 나서면서 한-일 관계가 출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인 셈이다.
예를 들어 심 대기자는 “한국은 아베 신조 총리를 대표적인 초강경 우익, 또는 역사수정주의자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본 정부, 언론, 일반인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취임 초기의 기대감은 사라졌다”고 밝혔다. 특히, 심 대기자는 “일본에서는 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예외없이 일본을 비판하고 있는데 대해 ‘고자질 외교’라는 말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일본보다 중국을 중시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시선이 매우 차갑다”고 밝혔다.
심 대기자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양국 미디어들이 “정치지도자에 대한 엄정한 비판”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가 내셔널리즘에 기대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을 미디어는 용인해서는 안된다”며 “(내셔널리즘은 정치지도자) 개인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익과 지역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한일관계-진단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학 법학부 교수도 “박대통령 취임식에 아소 다로 부총리가 참석했으나 (부적절한 말로) 관계회복의 계기가 되기는커녕 더욱 관계를 악화시켰다”며 “그 후 박 대통령이 2013년 ‘3·1절’ 연설이나 방미 시에 일본지도층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아베정권도 박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니시노 교수는 특히, “지금까지 한-일관계에서 정치지도자나 특사가 막후교섭의 채널을 하면서 난국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전과 같은 막후교섭이 그 기능을 상실했고, 쌍방의 국내여론이 한-일관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니시노 교수는 “양국지도층의 언행이 정치차원의 관계악화뿐만 아니라 상대국민의 감정에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한-일 지도층이 자각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의 정치리더는 지금까지 보다 더 ‘역사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고, 그것이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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