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네이딘 고디머(사진)가 13일(현지시각) 숨졌다. 향년 91.
<로이터> 통신은 고디머가 이날 밤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고 가족들을 인용해 전했다.
그는 1923년 요하네스버그의 유대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백인 중산층 가정 출신이면서도 그는 일찍 남아공의 인종차별 현실에 눈을 떴다. 1949년 발표한 첫 단편집 <얼굴을 맞대고>와 1953년 발표한 첫 소설 <거짓의 날들>에서부터 남아공 백인 소수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70년대에는 미국·유럽 등지를 돌며 남아공의 정치현실을 고발했고, 인종차별 정책 철폐와 민주 인사 석방 등을 요구했다. 이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 <명예로운 손님> <보호주의자> <줄라이의 사람들> 등이다. 고디머의 작품은 오랫동안 정권의 검열을 통해 판금 상태로 분류됐다.
1991년 노벨위원회는 그를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노벨의 유언처럼 그는 장엄한 서사적 소설들로 인류에 위대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고디머는 1966년 넬리 작스 이후 25년 만의 노벨 문학상 수상 여성작가가 됐다. 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1999년 그에게 남아프리카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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