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중국, 유엔서 일본 공개 비판
“일본이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
“일본이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
우리 정부는 29일(현지시각) 유엔본부에서 최근 일본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다. 북한도 일본이 사과하지 않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중국은 일본이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1차 세계대전 발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전쟁의 교훈과 영구평화 모색’이라는 주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에서 “또다른 전쟁을 예방하고 영구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무엇보다 과거의 발못에 대한 진정한 인정과 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면서 일본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오 대사는 “불행하게도 오늘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국가간 상호불신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제국주의 시대에 저지른 행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진 일본 지도층의 최근 언행이 문제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사를 청산하려는 독일과 달리 일본에서는 철저한 과거 청산 및 단절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이는 역사와 관련 주변국과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대사는 “최근 들어 다수의 일본 지도자들은 지속적으로 과거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침략의 정의는 확립되지 않았다는 무책임한 발언, 개정 교과서 해설서를 통해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려는 움직임을 통해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시 전쟁범죄로 단죄된 A급 전범을 합사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계속 참배하는 행위는 일본이 패전 후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지도자들의 이러한 언행은 인근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 인류의 평화를 향한 열망을 반영한 유엔의 목표와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오 대사는 “최근 일본 정부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이름으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이 진정으로 지역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역사 부정을 통한 주변국에 대한 도발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오 대사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동아시아 국가들뿐 아니라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는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며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정부 차원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회와 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를 조속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헌장에 구현된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지도자들은 주변국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전쟁 범죄자들과 한 편에 서지 말고 역사를 돌이켜 봐야 한다”면서 “침략의 역사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면 유엔헌장의 원칙들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북한도 이날 발언을 신청해 일본을 맹비난했다. 리동일 유엔 차석대사는 “우리는 일본이 저지른 일을 몇 십년이 지나도 잊지 않을 것이며, 일본은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틀림없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때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야만적인 잔혹한 일을 저질렀다”면서 “이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것은 ‘성노예’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또다시 인류를 향해 죄를 저지르기 위해 군국주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정치도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메모토 가즈요시 유엔 주재 일본 차석대사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주최 토론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본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2차 대전 희생자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면서 “일본은 다시는 전쟁을 치르거나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에 그는 “진심이 담긴 사과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주장한 뒤 “더이상 이 문제를 정치적·외교적 문제로 만들지 말라”고 반박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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