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왼쪽)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국무부 청사에서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과 차관급 전략대화를 나눴다. 워싱턴/주미 한국대사관 제공 연합뉴스
워싱턴서 차관급 전략 대화
“북 대외정책 어떻게 갈지 몰라
내부 불안정 증대땐 위협 가능성
한-미 연합방위로 억제력 갖출것”
“북 대외정책 어떻게 갈지 몰라
내부 불안정 증대땐 위협 가능성
한-미 연합방위로 억제력 갖출것”
한국과 미국 정부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지도체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이번 사태에 신중하게 대응하기로 17일(현지시각) 의견을 모았다. 또 북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에 공동으로 대비하기로 했다.
김규현 외교부 차관과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대표로 하는 두나라 대표들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차관급 전략대화를 열어 북한 내부 정세와 장성택 처형 사건이 동북아 정세 및 북한 핵문제에 끼칠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전략대화는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한-미 고위 당국자간의 첫 만남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김규현 차관은 회의가 끝난 뒤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결론을 빨리 내 처방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당국 모두 현재 북한의 내부 정세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데다, 북한의 대외정책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특별한 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여러가지 추측과 분석이 있지만 이번 사건이 당장 어느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며 “한-미가 공감하는 것은 아주 신중하게 신호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북한이 당장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내부 불안정이 증대되면 외부에 위협이나 긴장을 고조시켜서 내부를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연합방위체제를 확고히 해 대북 억지력을 충분히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에 하나 북한이 도발을 일으킬 경우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완벽히 해나간다는데 한-미가 완전히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미국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뚜렷한 방향을 정한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미국 당국자들 가운데 상황관리 차원에서 북한과 대화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며 “한-미 양국 모두 지금 당장 북한을 더 압박해야 한다거나 대화를 해야 한다거나 얘기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당국자들이 대이란 제재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고 북한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제재 메커니즘을 만들어나가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해 “충동적인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독재적인 권력의 속성상 장성택이 북-중간 교량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일 갈등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은 일본에 대해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우정의 충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북한 정세와 우리의 바람직한 대응 자세 [오피니언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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