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이번엔 광케이블 이용한 영국의 도·감청 폭로
영 첩보기관 미-유럽 통신선 해킹
매일 6억 통화 감청해 미국과 공유
“대영도서관 장서 192배 분량 감시”
독 법무 “공포영화 같은 재앙” 반발
스노든 “미 NSA도 중국 해킹” 폭로
미국의 공식 인도요청 뒤 러시아행
영 첩보기관 미-유럽 통신선 해킹
매일 6억 통화 감청해 미국과 공유
“대영도서관 장서 192배 분량 감시”
독 법무 “공포영화 같은 재앙” 반발
스노든 “미 NSA도 중국 해킹” 폭로
미국의 공식 인도요청 뒤 러시아행
미국 정보기관의 사찰 활동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이 23일 은신하던 홍콩을 떠나 모스크바로 향했다. 그의 최종 행선지는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로 알려졌다. 미국·영국 정부가 함께 벌여온 민간인 사찰 활동의 새로운 실체가 드러나, 미·영 ‘사찰 동맹’에 대한 유럽·중국의 반응도 거칠어지고 있다.
■ 스노든의 최종 행선지는 베네수엘라? 스노든은 23일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했다. 홍콩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스노든의 임시 체포영장 발부를 요청했지만, 필요한 정보가 부족해 추가 서류를 (미국에) 요청한 상태여서 스노든의 출국을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스노든의 최종 목적지는 아이슬란드나 에콰도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스노든은 그동안 아이슬란드에 망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그가 쿠바를 거쳐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스노든이 러시아 비자를 발급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에서 몇 시간 동안 머물다 곧바로 쿠바행 여객기로 갈아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스노든이 러시아에 망명 신청을 해오면 망명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은 스노든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중간에 체포되지 않고 안전하게 마지막 종착지인 베네수엘라로 가기 위해 복잡한 비행 노선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 미국 프리즘보다 강력한 영국 템포라 영국의 감청 전문 첩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HCQ)가 북미-유럽을 잇는 통신 광케이블을 가로채 전화·인터넷 자료를 도·감청하고, 이를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공유하며 합동 분석해 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 폭로했다.
작전명 ‘템포라’(‘시간’이라는 뜻의 라틴어)라고 이름 붙여진 도·감청 작전은 5년 전부터 준비됐다. 영국은 북미대륙과 유럽을 잇는 환대서양 광케이블에 감청 장치를 비밀리에 설치하고, ‘표적 단어’에 맞는 내용을 걸러내는 ‘엠브이아르’(MVR)라는 고성능 필터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후 지난 1년6개월여 동안 매일 200개가 넘는 광케이블을 해킹해 6억건의 전화통화, 3900만기가바이트의 인터넷 전자우편·접속기록 등을 도·감청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영국 정보통신본부 요원 300명, 미국 국가안보국 요원 250명이 전속 배치됐다. 영국 정보통신본부는 4만여개, 미국 국가안보국은 3만1000여개의 ‘표적 단어’를 정해 최대 30일 동안 자료를 보관하며 분석했다.
“대영도서관이 보유한 장서에 담긴 정보 총량의 192배를 매일 도·감청한 셈”이라고 평가한 <가디언>은 “광케이블로 연결된 모든 형태의 정보를 빨아들여 세계 인터넷 사용자 20억명의 일상을 감시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자료를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은 ‘템포라’에 대해 “인류 역사상 최대의 민간인 감시망”이라고 말했다. 스노든은 이달 초 국가안보국이 구글 등 다국적 인터넷 기업의 도움을 받아 전자우편·전화 자료를 도·감청하는 ‘프리즘’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자비네 로이트호이서슈나렌베르거 독일 법무장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마치 할리우드 공포영화와 같은 재앙이다. 유럽연합(EU)이 상황 파악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2009년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을 도·감청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는 영국으로선 유럽연합 회원국의 집단적 항의·반발에 명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
■ 미국, 중국·러시아에 포박당하나 스노든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2일 “미국 국가안보국이 중국 이동통신 기업을 해킹해 중국인들의 문자메시지를 수집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국가안보국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중국의 휴대전화 기업을 해킹했으며, 모든 문자메시지를 훔쳤다. 중국 칭화대 및 홍콩 통신기업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이를 입증할 문서를 직접 제시하진 않았지만, “증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당국이 해킹 전문 부대를 만들어 미 국가기관을 해킹해 왔다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미국은 중국 민간인까지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은 영문판 칼럼에서 “미국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중국을 세계 최고 해킹 스파이 국가라고 덧씌우려 했다. (그러나) 미국이야말로 우리 시대 최고의 불한당(이다). 미국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에 설명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안수찬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ah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국민 78%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해야”
■ 지상 다큐 ‘암흑의 9일’...'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재구성
■ 성매매 여성, 존재를 삭제당한 청춘
■ 법정으로 간 양악·눈썹올림수술…결과는?
■ [화보] 초대형 보름달 '슈퍼문'의 지구쇼
■ 국민 78% “국정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해야”
■ 지상 다큐 ‘암흑의 9일’...'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재구성
■ 성매매 여성, 존재를 삭제당한 청춘
■ 법정으로 간 양악·눈썹올림수술…결과는?
■ [화보] 초대형 보름달 '슈퍼문'의 지구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