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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G20 정상들 통화 도청…한국 대통령도 표적?

등록 2013-06-17 14:22수정 2013-06-18 09:04

런던에서 열렸던 G20세계금융정상회담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
런던에서 열렸던 G20세계금융정상회담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
가디언, 스노든 폭로 토대로 보도
통신본부서 실행…미와 공유
이메일 가로채고 통화내용 파악
미국도 러 대통령 위성전화 감청
에드워드 스노든(29)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미국 정보기관의 인터넷 도·감청 실태를 폭로했을 때, 각 나라 대통령·총리들은 코웃음쳤을 수도 있다. “(도·감청이)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백악관의 반응이 전형적이다.

통치를 위해 도·감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조차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기밀을 스노든이 폭로했다. 정보기관을 휘하에 거느렸다고 믿는 주요 국가의 수반들도 도·감청당했다는 내용이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4월) 및 재무장관회의(9월)에서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가 각 나라 정상을 비롯한 대표단의 전화·전자우편·컴퓨터 접속기록 등을 실시간 도·감청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이하 현지시각) 폭로했다.

각종 외교 회의를 둘러싼 ‘정보 전쟁’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 실체가 폭로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보도는 스노든이 <가디언>에 제공한 미국 국가안보국(NSA) 비밀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영국 정보당국이 ‘정보 공유’ 차원에서 미국에 건넨 내부 기밀보고서를 보면, 영국 정보통신본부는 “‘획기적인 첩보 수집 수단’을 활용해, (G20 회담에서) 영국 정부가 설정한 목표와 연관된 첩보를 (영국) 당국자에게 적시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들은 회의장에 마련된 인터넷 카페의 컴퓨터에 비밀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깔았다. 이를 통해 각국 대표단의 컴퓨터 접속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파악해 전자우편을 가로챘다. 실시간 전화 감청으로 누가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지 파악했고, 특히 “(스마트폰인) ‘블랙베리’에 새로운 (도·감청)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으로 주고받은 전자우편 내용까지 알아냈다.

“도·감청 대상에는 우방 국가들도 포함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터키 재무장관 및 15명의 관료를 ‘잠재적 표적’으로 선정해 도·감청했다.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단의 컴퓨터를 해킹해 남아공 외교부 전산망의 접속 권한을 확보하고 그 보고서를 가로챘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한국이 영국 정부의 ‘표적’이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집된 정보를 그래픽으로 전환한 내용이 15㎡에 이르는 정보본부 작전센터의 대형 화면에 실시간으로 떴다. 보고서는 “사상 처음으로,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지속적이고 자동적으로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45명의 전문가가 함께 작성한 실시간 분석 보고서는 영국 장관들에게 전달됐다.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가 이를 보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작전은 총리를 포함한 정부 최고위층의 보호 아래 진행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당시 도·감청에 대해 영국 정보본부는 “(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사후 획득된 정보는 소용이 없다. 실시간 분석이 필수적이다.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같은 해, 트리니다드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에서도 영국은 외교 첩보 활동을 벌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감청 활동이 이뤄졌는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정보기관들이 트리니다드를 방문한 총리 및 장관에게 (수집 첩보를) 보고하려고 준비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미국의 외교 도·감청 활동도 일부 드러났다.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 자료를 보면, 2009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당시 국가안보국 소속 영국 주재 요원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기밀 위성전화 신호를 가로채 그 해독을 시도했다.

지금까지 각 나라 정보기관들은 테러 등 중대 범죄 예방을 도·감청의 이유로 들었지만, 이번에 드러난 도·감청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일상적 목적’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도·감청의 경계에 대한 새 질문이 등장하게 됐다”고 <가디언>은 평했다.

마침 17일부터 영국 로크에른에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시작됐다. “참석국 대표단은 2009년 도·감청의 표적에 자신들이 포함됐는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도·감청할 것인지를 영국 정부에 물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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