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구단 팬들 이례적 ‘연합시위’
“하층 노동자 많아…정부에 분노”
“하층 노동자 많아…정부에 분노”
<로이터>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각) “최근 트위터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사진”이라며 포스터 한장을 소개했다. 서로 다른 축구팀의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주먹 쥐고 고함치는 모습이다. 그들 뒤에는 일상복을 입은 시민들이 있다. 위아래로 3개의 문장이 적혀 있다. “타이이프, 너는 아느냐. 이스탄불은 뭉쳤다(Istanbul United). 2013년 5월31일부터.”
사진 속 남성들은 터키 이스탄불을 연고지로 하는 축구클럽 페네르바흐체,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쉬의 서포터스다. 원래 이들은 서로 맞붙는 집단이지, 함께하는 이들이 아니다. ‘이스탄불 더비(라이벌 경기)’가 열리면, 홈팀 서포터스는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펼침막을 내걸어 원정팀 서포터스를 협박한다. 3주 전,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흐체의 경기가 끝난 뒤 페네르바흐체 서포터 1명이 상대 서포터스의 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다.
“우리는 보통 적대하죠. 이번에는 뭉쳤어요. 과거엔 없었던 일이죠.” 베식타쉬 서포터스인 메르트 구르세스(18)가 <로이터>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들은 5월31일부터 ‘연합 시위’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주말을 거치며 반정부 시위의 파고가 높아진 데는 이들 서포터스의 구실이 컸다. “경찰에 포위당한 페네르바흐체 서포터스를 갈라타사라이 서포터스가 달려와 구출한 사실은 이미 시위 군중 사이에서 전설적 이야기가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 전했다.
경찰과 대치한 경험이 많은 서포터스의 시위는 대담하다. “최루가스 뿌려봐. 최루가스 뿌려봐. 헬멧을 벗어. 경찰봉을 내려놓아. 그리고 누가 더 거친 놈인지 한번 붙자고.” 베식타쉬 서포터스의 응원가를 개사한 노래가 시위대 전체의 애창곡이 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터키 축구문화를 전공하는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학생 존 맥마너스는 <가디언> 기고에서 “대부분 하층 노동자들이고 좌파 성향인 서포터스는 축구 응원을 가혹하게 진압해온 정의개발당에 대한 분노를 쌓아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경찰은 베식타쉬-페네르바흐체의 경기 직전 운집한 서포터스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를 퍼부었다. 베식타쉬의 홈구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무실과 인접해 있다.
“그들이야말로 현 정부의 압제를 제대로 겪은 사람들”이라고 맥마너스는 적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대하기 전에도 3개팀 서포터스의 공통점은 있었다. 자신의 팀을 ‘할큰 타크므’라고 부른다. ‘민중의 팀’이라는 뜻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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