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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붉은 드레스의 여인들 ‘터키의 봄’ 물들이다

등록 2013-06-04 20:39수정 2013-06-04 21:17

최루액 맞는 원피스 차림 여성 사진
터키 반정부시위 상징으로
이슬람원칙 내세운 정권에 불만
여성·청년 참여 두드러져

노조 시위 가세 속 정권 내분 양상
WP “중산층 지지 무너지고 있다”
‘붉은 드레스의 여성’(Woman in Red)이 터키 반정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로이터>는 “터키 시위의 본질을 드러내는 사진”이라며 어느 여성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살포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그에 대한 해설 기사를 실었다. 오스만 오르살 <로이터> 기자가 이 사진을 찍었다. 5월28일, 그는 터키 이스탄불 게지공원의 시위를 취재하고 있었다. 녹지 공간을 쇼핑몰로 재개발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들이닥쳤다.

그 와중에 “막 퇴근한 듯한, 어쩌면 파티장에 가는 길이었을, 붉은 원피스에 하얀 핸드백을 맨” 여성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뿌렸다. 사진 속 여성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찍은 오르살 기자는 다음날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다쳤다.

사진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퍼졌다. 스티커·포스터로 만들어져 도심 곳곳에 나붙었다. 여성·청년을 겨냥해 이슬람 보수주의 정책을 밀어붙인 정의개발당(AKP) 정권을 은유하는 이미지가 됐다. 시민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아랑곳 않는 젊은 여성들의 시위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외신이 전했다. “탁심광장(의 시위대)에는 에르도안 집권 시기 동안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고 믿는 여성들이 많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상당수는 여성성을 마음껏 뽐내며 붉은 드레스 차림으로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기타치는 남성’(Man with Guitar)도 또다른 상징이 되고 있다. 물대포를 앞세운 경찰 앞에 기타를 들고 서있는 청년의 모습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주로 음악가들을 찍어온 프리랜서 사진가 케말 아슬란이 지난 주말에 찍었다. 아슬란은 ‘사랑과 혁명’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 사진을 공개했다.

시위는 게지공원을 중심으로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스탄불 시민들은 ‘오큐파이 게지(게지공원 점령)’ 시위를 시작했다. 3일에는 퇴근길 시민들이 게지공원에 모여들어 밤새 시위를 벌였다. 2011년 미국 뉴욕의 주코티공원을 근거지 삼은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시위를 연상시킨다.

노동조합도 가세했다. 터키 공공노조연맹은 “평화시위에 대한 국가적 폭력이 시민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파업을 4일부터 이틀간 벌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분 양상을 드러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사태를 ‘터키의 봄’이라 부르는 이들은 터키를 알지 못하는 자들”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다. 반면 압둘라 굴 대통령은 “다른 의견·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총리와 대통령이 분열했다”고 평했다.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세력의 충돌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3일 게지공원이 있는 탁심 광장에서 시위 중이던 20살 청년이 정체불명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시위대는 “파시스트의 짓이다. 제지에도 아랑곳 않고 시위대로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달아난 차량 운전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에르도안 총리는 ‘친위 시위’를 은근히 경고했다.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집에 붙들어 두기 힘든 50%가 있다. 냉정을 유지하라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50%의 지지율로 재집권했으므로, 절반의 국민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엄포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중산층의 지지가 무너지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 정부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터키 경찰의 과도한 폭력이 매우 우려된다. 철저한 조사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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