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로비스트 함정 취재…덜컥 미끼 문 영국 의원들

등록 2013-06-03 20:48

상·하 의원 4명 ‘뇌물’ 파문
“패키지로 의원·장관 소개”
로비방법 직접 알려주기도
의회, 즉각 진상조사 나서
영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로비스트의 뇌물을 받으려던 영국 상·하원 의원 4명이 언론의 심층취재에 걸려들었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와 일간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합동 취재가 발단이 됐다. 이들은 피지의 이익단체 관계자로 가장해 집권 보수당 원내총무인 패트릭 머서 하원의원을 만났다. 피지가 다시 영국연방 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들한테서 4000파운드(약 688만원)를 받은 머서 의원은 5월16일 외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의회 질의에서 “피지의 영연방 회원국 복귀가 언제 가능한지” 등 피지 관련 5개의 질문을 퍼부었다.

오는 6일 ‘파노라마’ 방송을 앞둔 <비비시>는 일부 취재 화면을 1일 공개했다. 머서 의원의 노골적 발언이 담겼다. “이런 일에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아요. (피지 관련 일을 하는데) 반나절에 500파운드, 하루에 1000파운드를 보통 받지요.” 한달에 4일 동안 피지 관련 의정 활동을 하는 조건으로 4000파운드를 받은 것이다.

같은 취재에서 얼스터연합의 존 레어드 상원의원은 로비 방법을 적극 알려줬다. “(피지의 영연방 복권을 위한) 여야 정당 의원들의 단체를 만들고, 그 의원들에게 피지 여행을 제공하면 됩니다. 나중에 내가 이런 말 했다는 건 부인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니까 일종의 뇌물을 주는 거지요.”

파문은 멈추지 않았다. 영국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는 한국의 태양광 에너지 기업의 로비스트를 가장해 3명의 상원의원에게 접근한 결과를 2일 보도했다.

토니 블레어 집권 시절 장관을 지낸 노동당의 잭 커닝엄 의원은 ‘로비 패키지’를 설명했다.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에게 직접 편지를 쓰겠어요. 다른 의원들도 (관련 문제에 대한) 질의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지요. (의원실의) 문을 두드리고 소개하고, 필요하다면 장관까지 직접 만나게 해주고…. 이런 게 모두 패키지입니다.” 그 대가로 취재진이 월 1만 파운드(약 1720만원)를 제안하자 그는 한술 더 떴다. “월 1만2000파운드(약2640만원)로 합시다. 내 생각엔 우리가 그렇게 거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경찰 간부 출신인 노동당의 브라이언 맥킨지 의원은 의회 규정을 빠져나갈 방법을 알려줬다.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린 모임을 의회에서 주최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어요. 말도 안 되죠. 다른 의원의 이름으로 자선 목적의 파티를 상원 테라스에서 열도록 해보죠.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괜찮아요. 에너지를 아끼자는 거잖아요.”

<비비시>에 이어 <선데이 타임스>의 함정 취재에 낚인 레어드 의원은 “상원의원인 내가 하원의원들에게 (관련 문제를) 질의하라고 요청할 수 있고, 장관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도 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들의 적나라한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영국 상·하원은 즉각 진상조사에 나섰다. 노동당은 커닝엄과 맥킨지 의원의 당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보수당의 머서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다. 얼스터연합의 레어드 의원도 상원 원내총무직을 사퇴했다.

보수당 정부는 “내년까지 의회 로비스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식으로 등록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영국 상·하원은 의원직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행동강령을 정했지만, 구속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화보] 100장의 사진으로 본 박근혜 대통령 100일
‘전두환 비자금’ 드러날 무렵…장남이 유령회사 설립
안철수 “진보정당 만들겠단 뜻 아냐”…신당 ‘노선갈등’ 예고
장윤정, 인터넷에 비방글 올린 누리꾼 고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포문 “남부 국경 비상사태 선포” 1.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포문 “남부 국경 비상사태 선포”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2.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예스맨’ 일색 트럼프 2기 행정부 세갈래 뿌리는? 3.

‘예스맨’ 일색 트럼프 2기 행정부 세갈래 뿌리는?

‘뿌리는 티켓’일까…전광훈이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누가 보냈나? 4.

‘뿌리는 티켓’일까…전광훈이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누가 보냈나?

푸틴 “트럼프와 대화 열려있어” 젤렌스키 “변화·희망의 날” 5.

푸틴 “트럼프와 대화 열려있어” 젤렌스키 “변화·희망의 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