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루 최고 234명 정상 등반
‘정상 사다리 놔 병목해소’ 주장도
‘정상 사다리 놔 병목해소’ 주장도
1953년 5월29일,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해발 8848m의 이 산이 세계 최고봉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 100년 만이다. 그들보다 앞서 도전한 이들은 실패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젠 돈과 인내심만 있으면, 아프거나 허약하지만 않다면, 누구나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죠.” 등반가인 에버하르트 유르갈스키가 영국 방송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비시>는 유르갈스키 등 등반가들의 말을 따서 “에베레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체지역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소호흡기를 비롯한 각종 등산 장비가 진화하면서, 에베레스트 등정은 ‘모험’에서 ‘스포츠’로 변했다. 1990년대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 성공률은 18%였다. 지난해 그 비율은 56%로 높아졌다.
기상 관측의 발달도 에베레스트의 병목 현상을 부추긴다. 등반하기에 좋은 날씨가 예보되면 하루 수백명이 정상으로 향한다. 1983년 하루 최대 8명이 올랐는데, 1993년 그 수가 4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하루 234명이 정상에 오른 날도 있었다. 에베레스트 정복 60돌을 앞둔 지난 19일에도 하루 150명이 정상을 밟았다.
“그런 날엔 주말 5차선 도로처럼 붐비죠.” 또다른 등반가인 그레이엄 호일런드가 <비비시>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상 바로 아래의 암벽에는 한번에 한 사람씩만 오르내릴 수 있는데, 몰려든 등반객이 줄을 서서 정상 등반의 기회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등반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네팔 정부는 등정 루트마다 하나의 원정대만 허가했지만, 더 많은 외국인 등반객을 유치하려고 1985년 이후 이런 원칙을 없애버렸다. 최근엔 에베레스트 정상에 사다리를 설치해 병목 현상을 해결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이 역시 자연을 파괴하는 짓이라는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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