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반테러요원 매수 시도” 주장
서구언론 ‘함정수사’ 의혹 제기
서구언론 ‘함정수사’ 의혹 제기
지난 14일 간첩 혐의로 체포된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3등 서기관 라이언 포글(29)이 19일 미국으로 강제추방됐다고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2010년 미국에서 암약하던 러시아 정보요원 10명이 체포된 이후 최대의 간첩 스캔들”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지금까지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포글은 외교관으로 위장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다. 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의 고위직 요원을 ‘매수’하려 했다. 공개된 편지·녹음 자료를 보면, 포글은 “장기 협력이 가능하다면 연간 10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러시아 요원에게 제안했다.
포글이 포섭하려 한 요원은 러시아 다게스탄 및 체첸 지역에서 반테러 임무를 맡고 있었다. 지난달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저지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도 다게스탄에 머문 적이 있다. 포글이 ‘이중첩자’를 확보해 러시아 내부 테러 세력에 대한 정보를 빼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요원은 포글의 회유 공작을 상부에 보고했다. 14일 밤,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모스크바 남동부 보론츠보스키 공원에서 포글은 연방보안국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러시아 정부는 포글의 체포·심문 장면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즉각 공개했다. 19일 오후 델타항공 편으로 뉴욕으로 출국하는 장면까지 촬영해 공개했다. 서구 언론들은 “지지율이 저조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함정 수사’를 벌여 포글을 체포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우리 쪽 요원 접촉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미국이 계속 무시한 데 따른 조처다. 지난 1월에도 비슷한 혐의로 미 정보요원을 체포했지만,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조용히 지나갔다”고 밝혔다.
냉전 종식 이후에도 미·러 간 첩보전쟁은 이어지고 있다. 1994년과 2001년, 미 중앙정보국 요원인 알드리치 아르네스와 로버트 한센이 각각 러시아 쪽에 정보를 넘겨온 게 적발돼 미국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2010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10명의 러시아 요원이 미 정부에 적발돼 추방되기도 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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