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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인종차별’ 맞서 축구경기 역사상 첫 중단

등록 2013-05-13 20:36수정 2013-05-13 21:04

12일 AC밀란-AS로마 경기, 흑인조롱 응원가 원인
주심은 경기 중단을 선언해 버렸다. 12일(현지시각) 오후, 밀라노의 산시로 구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과 AS로마의 경기는 0-0 상태이던 후반 1분30초 만에 중단됐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고 전반전엔 장내 방송까지 했다. 인종차별적 응원가를 중단하라고 경기 감독관이 경고했다. 원정팀 로마의 응원단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문제의 응원가를 다시 불렀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 등 외신은 “밀란의 흑인 선수들을 번갈아 조롱하는 응원가를 불렀다”고 보도했지만, 상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조롱의 대상 가운데는 케빈 프린스 보아텡(26)도 있었다. 그는 인종차별의 단골 과녁이었다. 지난 1월 친선경기 도중 보아텡은 관중석을 향해 공을 차 넣고 스스로 경기장을 걸어나왔다. 상대팀 응원단이 원숭이 흉내를 내며 자신을 조롱한 것에 격분했다. 동료 선수들도 뒤따라 자진 퇴장했다.

이후 보아텡은 인종차별의 피해자에서 투쟁가로 거듭났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밝혔다. “인종차별 행위를 한 선수나 클럽이 다시는 경기를 치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일이 있으면 심판이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 유럽 주요 명문 클럽의 흑인 선수들도 페이스북·트위터 등으로 그의 발언에 지지를 보냈다.

지난 3월21일 유엔은 ‘인종차별 추방 행사’에 보아텡을 불러 강연을 부탁했다. “과거에는 인종차별을 무시하려 했다. 그것은 잘못이었다. 맞서 싸우지 않으면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새 규정을 만들었다. 경기 중 인종차별 행위가 일어나면 보안 책임자가 심판진과 상의해 경기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아텡으로 인해 만들어진 새 규정은 12일 경기에 처음 적용됐다. 인종차별 응원을 이유로 경기 중단이 선언된 것은 유럽 프로리그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가나 출신 흑인 아버지와 독일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보아텡의 고향은 베를린이다.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배웠고, 2001~2009년에 걸쳐 연령대별 독일 청소년 국가대표를 모두 거쳤다.

그러나 ‘흑인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 국가대표팀의 제안을 뿌리치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나 국가대표팀에서 뛰었다. 보아텡이 중원을 지휘한 가나는 조별 리그에서 만난 독일을 1-0으로 눌렀다.

독어·영어·프랑스어·터키어·아랍어·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하는 185㎝의 미드필더는 이달 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다. ‘보아텡 논란’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차별 추방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감독·심판·언론인 등이 참여한 특별위원회 위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보아텡이 위촉됐다.

특별위원회의 제안은 오는 30일 열리는 국제축구연맹 연례회의에 정식 보고될 예정이다. 인종차별 행위를 감시하는 특별 감독관을 경기마다 배치하고, 해당 팀에 대해 승점 삭감, 리그 퇴출 등으로 처벌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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