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3기 1주년 철권통치 본격화
탄압 강화 속 ‘경제부흥’ 당근책
슈피겔 ‘스탈린식 애국 포퓰리즘’
탄압 강화 속 ‘경제부흥’ 당근책
슈피겔 ‘스탈린식 애국 포퓰리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번째 집권기의 취임 1년을 넘겼다. 장기집권을 향한 새로운 통치술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취임 1돌인 지난 7일을 앞두고 상징적 행보를 거듭했다.
4월25일 전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푸틴은 4시간47분 동안 86개의 질문에 답했다. 이 방송은 집권 1·2기인 2000~2008년 동안 거의 매년 진행됐는데, 이번에 최장방송·최다답변 등의 기록을 세웠다.
노동절인 1일에는 예술가·노동자 등 5명에게 ‘노동영웅’ 칭호를 직접 수여했다. 스탈린 때의 ‘노동영웅’이 소련 붕괴 뒤 처음으로 부활한 것이다.
7일엔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48) 부총리를 해임했다. 경제부흥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물었다. 수르코프는 대외 강경책, 기업 국영화, 친정부 방송 재편 등을 입안해 ‘푸틴 정치의 설계자’로 불리던 핵심 측근이었다.
이로써 푸틴은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고, 스탈린 시대의 유물을 되불러오며, 어떤 2인자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천명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새로운 푸틴’의 통치전략에 대해 “스탈린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법 체계를 무시하며, 정당·의회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3기 통치전략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대선 직전까지 러시아에선 ‘반푸틴 시위’가 만연했다. 2000년 이후 8년 동안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앞세운 4년의 ‘대리 통치’를 거쳐 대통령 임기 변경 개헌(4년에서 6년으로)까지 강행한 것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집권 직후, 푸틴은 반대세력부터 쳐냈다. 지난해 10월, 야권 지도자들을 반정부 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입건했다. 미국의 대외원조기관 ‘미국 국제개발처’를 반정부 시위 배후라며 추방했다. 펑크록 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들을 체포·구금한 것은 절정이었다. 대선 직전 푸틴을 비난하는 공연을 했다며 마리야 알료히나(24) 등 핵심 멤버 2명을 체포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근’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푸틴의 주도로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 석유회사 티엔케이-비피(TNK-BP)의 지분을 사들여 세계 최대 석유기업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숙원인 거대 국영 에너지 기업의 등장이 완성됐다”고 평했다.
푸틴 집권 1·2기의 경제발전은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이끌었다. 그러나 각종 민간기업을 국유화하는 자금을 대느라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 수익성이 나빠졌다. 푸틴이 러시아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에너지 산업의 출구를 로스네프트를 통해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푸틴의 지지도는 ‘절반의 물잔’이다. 탄탄하다고 볼 수도, 취약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의 48%가 ‘푸틴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는 한자릿수에 그쳤다. 대항마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 1·2기 내내 70~80%의 지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불투명한 경제전망이 그 배경을 이룬다. 과거 집권기엔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로 예상된다.
이를 돌파하는 방책은 ‘애국주의 포퓰리즘’이라고 <슈피겔>은 짚었다. 과거 집권기에 ‘친정부 매체’로 바꿔놓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당과 의회를 초월한 ‘민중의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면서, 공무원 월급 인상, 군인연금 인상, 무주택 서민 지원 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푸틴의 3기 집권 전략이라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해 대선 직전, 재계·노조 등 민간조직을 중심으로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간부들까지 참여한 ‘전러시아 인민전선’이라는 친위조직을 꾸렸다. 정당·의회의 대의민주주의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이 읽힌다.
푸틴이 ‘역할모델’로 삼은 인물로는 표트르 스톨리핀이 있다. 지난해 대선까지도 푸틴은 스톨리핀을 직접 언급했다. 1905년 러시아 혁명 직후 집권한 스톨리핀은 혁명은 물론 자유주의 세력까지 탄압하면서도 일련의 개혁정책을 펼쳤다. ‘최악의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에 대한 민중의 지지는 높았다. 푸틴은 2018년 대통령 4선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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