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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프란치스코 교황 첫 노동절 강론
“이기적 이윤 추구는 하느님에 반한다”

등록 2013-05-02 20:18수정 2013-05-02 21:25

“돈 아닌 노동이 존엄 형성한다”
숙소 강론·주례 알현서 노동권 옹호
“방글라데시 노예노동 철폐” 촉구도
로이터 “사회정의 강조했다” 평가
‘하느님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교황은 지난 1일 온종일 바빴다. 노동절을 맞아 세계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1일 아침, 교황 프란치스코는 숙소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오전 미사 집전을 앞두고 있었다. 호화스런 관저 대신 사제들의 검박한 공동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교황은 미사에 앞서 짧은 강론을 했다.

“(방글라데시의 의류공장) 노동자들은 월 38유로(5만5000원)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죽은 사람들의 임금이었습니다. 이것은 노예노동입니다.” 교황의 발언은 교황청 라디오 방송의 보도를 통해 바티칸 밖으로 알려졌다. 같은 자리에서 교황은 이윤에 대한 탐욕도 비판했다.

“이런 노예제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것들에 반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창조하고 일하고 존엄을 지킬 능력을 주셨습니다. 수지타산을 맞추거나 이익을 추구하며 일자리를 주지 않거나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하느님에게 반하는 일입니다.”

이어 교황은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 알현에서 수천명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설파했다. “존엄은 권력, 돈, 문화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존엄은 노동에 의해 이뤄집니다. 개개인의 존엄에 있어 노동은 근본적입니다. 사회적 정의의 잣대를 넘어서는 이기적 이윤 추구 때문에 세계에 얼마나 많은 실직자들이 있는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각 나라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실업을 없애고 노예노동을 폐지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노동을 하느님이 부여한 최고의 가치라고 역설한 교황의 이날 발언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3월13일 즉위 이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발언이자, ‘사회정의 수립’을 교황직 수행의 중요한 강령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이주민 출신인 아르헨티나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가운데 한명으로 태어났다. 청빈한 생활로 명성이 높았던 아르헨티나 대주교 시절엔 실직자 및 빈자의 편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는 “교황은 대주교 시절부터 빈자와 소외자에 대한 동정을 분명히 표현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부도덕하다’고 비판하는 등 자본주의 기관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져왔다”고 평했다.

교황이 방글라데시의 ‘노예노동’을 비판한 1일, 방글라데시의 다카에선 노동자 수천명이 4월24일 발생한 의류공장 붕괴 참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건물주·공장주의 즉각적인 사형과 정상임금 지급 및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지금까지 집계를 보면, 8층짜리 의류공장 붕괴로 적어도 410명이 숨졌고, 140명이 실종됐다.

유럽연합(EU)은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 대한 무역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등은 30일 성명을 내어 “방글라데시의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일반특혜관세(GSP)를 철회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수출품에 대해 유럽연합은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수출품 가운데 의류·피복 제품의 비중은 80%에 이르고, 이들 제품의 60%가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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