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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엔 ‘뇌물 스캔들’에 권위 휘청

등록 2005-08-09 18:37수정 2005-08-09 19:13

‘석유·식량 프로그램’ 책임자 거액 수뢰 확인 조사위원회, 세반 전 국장 15만달러 받은 사실 등 보고서 발표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베논 세반 전 사무국장 등 유엔 고위인사 2명이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유엔의 권위가 크게 손상됐다.

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끄는 유엔의 독립 조사위원회는 8일 이런 내용의 제3차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키프로스 출신인 세반 전 국장은 1998년 12월~2002년 1월 이집트 석유업자로부터 15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형사 고발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세반의 요청에 따라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촌인 파크리 압델누르의 ‘아프리칸 미들 이스트 석유’에 프로그램의 석유 물량이 배정됐으며, 뇌물이 세반과 그의 부인의 통장에 입금됐다고 밝혔다.

앞서 세반 전 국장은 7일 변호사를 통해 아난 사무총장이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역사적 업적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하면서 유엔 직책을 사임했다. 그는 현재 뉴욕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나, 2개월 전 키프로스로 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위원회는 또 올해 초 사임한 알렉산더 야코블레프 전 유엔 조달담당관도 구매계약과 관련해 100만달러 가량의 상납을 받았고 밝혔다.

아난 사무총장은 야코블레프에 대한 면책특권을 박탈해 달라는 위원회와 뉴욕 맨해튼 검찰의 요청을 수락했으며, 그가 검찰에 구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마크 브라운 비서실장이 밝혔다.

야코블레프는 프랑스인 친구를 통해 석유 입찰 정보를 기업에 흘려주고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엔 보급물자 수송 계약을 하면서 세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으며, 서인도제도에 돈을 관리하고 세탁하는 회사까지 만들었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기업에 이라크의 석유 수출량을 배정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사임했으며, 8일 맨해튼 검찰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조사위 보고서는 특히 아난 사무총장이 아들 코조 아난의 비리 행위에 대해 그동안 진술했던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전자우편을 최근에 찾아냈다고 언급하고 있어 9월로 예정된 최종 보고서 내용이 주목된다.


문제의 전자우편에는 코조가 다녔고 엄청난 양의 석유를 배정받은 스위스 코테크나의 부회장이 아난 총장 및 그의 보좌관과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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