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 노트·개인 문서 등 온라인 공개
아인슈타인이 받은 연애 편지엔 뭐라고 쓰였을까? 우주의 비밀을 들여다본 천재적 발상은 어떻게 나온 걸까? 우주가 아닌 세상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은 또 어땠을까?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연애편지와 우편엽서, 연구 노트 등 2500여개, 7000쪽에 이르는 개인 문서들이 사상 처음으로 한꺼번에 온라인으로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는 아인슈타인의 모든 문서들을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별도의 웹사이트에 공개함으로써 ‘과학 천재’라는 명칭 뒤에 감춰진 그의 또다른 인간적 면모를 세상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히브리대의 메나힘 벤 사손 총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지식은 감춰두는 게 아니라 개방하는 것”이라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인터넷 웹사이트의 주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타계 직전 자신의 초상권과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히브리대에 기증했었다. 아인슈타인 문건의 전면적 디지털화 작업은 지난 2003년 미국 프린스턴대와 매서추세츠공과대학(MIT)가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공개된 자료들은 아인슈타인의 육필 자료 900여개를 포함해 전체 자료의 절반에 불과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이작 뉴턴의 원고들을 디지털화했던 영국 폴론스키 재단이 무려 8만여건에 이르는 아인슈타인의 모든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이전까지 물리학의 절대 원리였으며, 아인슈타인 역시 뉴턴 물리학의 영향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던 생전 한때에 미립자의 위치와 운동량의 정확한 동시 측정은 통계적 확률로만 파악할 수 있다고 본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부인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자료들에는 14권의 연구 노트, 동시대 학자들에게 보낸 편지들, 상대성 이론과 유명한 방정식 ‘E=MC²’을 도출하는 과정을 약술한 메모, 잘 알려지지 않은 논문 등 학문적 궤적을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노약해진 어머니에게 보낸 우편엽서, 옛 연인인 베티 노이만에게 받은 연서들, 첫번째 아내 밀레바와의 결혼 청첩장, 세계 곳곳에서 날아든 팬레터 등 내밀하고 개인적인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
여섯살배기 소녀 팬은 큼지막한 글씨로 “신문에서 당신 사진을 봤어요, 아무래도 이발을 좀 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귀여운 조언을 했다. 어느 연구자도 “왜 천재들은 머리를 기르는 경향이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한 과학적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아인슈타인이 고국인 독일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한 이후에야 유대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커졌다는 통설을 뒤집는 문건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의 유대인 과학자 프리츠 바우어는 아인슈타인이 미국으로 망명(1933년)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의 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며 아인슈타인의 조국 독일에 대한 배반을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의 국제적인 정신세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박해받고 도덕적으로 억압받는 나의 동족(유대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껏 발언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 이것은 한번의 배반을 훨씬 능가하는 충성이다.”
핵무기 반대에서부터 미국 흑인 문제와 아랍-유대인 갈등에 이르기까지 사회 문제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저술들도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이전에 아인슈타인이 아랍권 신문 <팔라스틴>에 보낸 편지도 이번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그는 이 편지에서, 아랍과 유대인 양쪽의 물리학자, 판사, 성직자, 노동자 대표 등 8명이 참여하는 비밀위원회를 구성해 두 민족 간의 갈등 해결을 협상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히브리대학의 전 총장이자 현재 아인슈타인의 지적재산권 총책임자인 하노흐 구트프로인트는 “아인슈타인은 인류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어느 누구보다도 공표해왔다”며 “이제 우리는 그런 인물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그림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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