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짝짓기. 사진=T. 채프만, <플로스원 바이올로지>
구애 거절당한 초파리가 훨씬 술 많이 먹어
“알코올에 의존해 성적 정복과 비슷한 보상”
“알코올에 의존해 성적 정복과 비슷한 보상”
짝짓기 퇴짜맞은 초파리, 알코올 탐닉
암컷으로부터 구애를 거절당한 초파리 수컷이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보다 훨씬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암컷으로부터 퇴짜 맞은 수컷 초파리들이 알코올에 의존해 “성적 정복과 비슷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확인했다. 또 이런 알콜 의존성 행동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펩타이드 수치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가 발행하는 주간저널 <사이언스 매거진>은 16일 인터넷판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팀은 짝짓기 경험이 없는 초파리 수컷들을 2개 집단으로 나눈 뒤, 각각 교미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암컷들과 이미 교미가 끝난 암컷들 집단에 섞어두고 행동을 관찰했다. 당연하게도, 교미를 마친 암컷들은 수컷의 애타는 구애를 번번이 거부했다. 연구팀은 하루에 세 차례, 나흘 연속으로 이런 실험을 한 뒤 일상적인 먹이와 15%의 알코올이 함유된 먹이를 함께 제공했다. 짝짓기를 한 수컷들은 알콜 성분이 든 먹이를 거의 먹지 않은 반면, 암컷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수컷들은 제 몸의 2배나 되는 알코올을 마셨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각각의 수컷 집단의 뇌에서 교감신경 전달 물질인 뉴로펩타이드 에프(F)의 함량을 측정했더니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암컷에게 거듭 구애를 거부당해 알코올을 섭취한 수컷들의 뉴로펩타이드 수치는 부쩍 낮아진 반면,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들의 수치는 되레 올라갔다.
초파리의 뉴로펩타이드 에프는 진화적으로 유리한 행동을 할 때 올라가며, 알코올을 비롯한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증가할 수 있다. 짝짓기에 실패한 초파리 수컷들이 알코올 섭취를 통해 ‘보상’을 받으려 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인간도 ‘뉴로펩타이드 와이(Y)’라는 교감신경 물질을 갖고 있으며, 뜻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실험은 동물의 ‘보상 추구 행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관계에 대한 연구 차원에서 시도됐다. 연구팀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동물의 ‘보상 시스템’이 짝짓기나 음식 섭취 등 개체와 종의 생존에 중요한 행동들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해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가 인간의 약물중독 치료법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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