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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아프간 트럭, 미 국방장관 비행기로 돌진

등록 2012-03-15 20:22수정 2012-03-16 08:45

활주로 근처 폭발…총기난사범 쿠웨이트 이송
카르자이 대통령 “치안권 조기이양하라” 요구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1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 공격으로 의심되는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최근 아프간 주둔 미군 병사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이날 아프간을 방문했다. 15일 미 국방부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오전 11시께 파네타 장관이 탄 군용기가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 있는 영국 공군 배스천 기지에 착륙하려는 순간 픽업트럭 한 대가 활주로로 맹렬히 질주했다. 차량은 그러나 비행기와 충돌하지 않고 활주로 옆 도랑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폭발했다. 비행기가 차량을 피하면서 초대형 사고가 불발에 그친 것이다.

 운전자는 아프간 주둔 영국군이 통역자로 고용한 아프간 현지인이었다. 운전자는 중상을 입고 차량에서 빠져나와 체포됐으나, 사건 하루만인 15일 오전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고 미군 당국이 밝혔다. 차량에서 폭발물이 발견되진 않았으나, 연료를 가득 채운 기름통이 실려있었다. 숨진 용의자는 파네타 장관의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 영국군 병사에게서 차량을 탈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미군의 마이크 스카파로티 장군은 15일 “개인적으로, 그가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일반인이 (중요인물이 탑승한) 비행기를 식별할 순 없으며, 이 사건이 파네타 장관의 아프간 도착과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미 국방부도 이번 사건에 테러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파네타 장관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중한 보안시설인 나토군 공군기지에서, 아프간 민간인이 무장 군인의 차량을 탈취한 뒤, 파네타 장관이 탄 비행기가 착륙하는 시각에 맞춰 활주로로 돌진하는 사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프간의 취약한 치안과 보안 상황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파네타 장관의 아프간 방문 시각과 착륙 장소는 군사비밀이었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서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 미군 기지까지는 보잉 747기를 개조한 전용기 편으로 온 뒤, 그 곳에서 C-17 미군 수송기로 갈아타고 아프간에 들어오던 참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 10시간 가까이 지난 뒤, 영국 언론들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한 뒤로도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파네타 장관이 도착 직후 방문한 미군 해병기지의 한 막사에서는 병사들이 평소 관행과 달리 총기를 휴대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비무장 상태로 장관의 연설을 들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한편 지난 11일 새벽 아프간 민간인 16명을 학살한 미군 병사는 파네타 장관이 사고를 당할 뻔한 날인 14일 밤 쿠웨이트로 이송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프간에 적절한 장기구금 시설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 소식통은 이같은 조처가 민간인 학살 용의자를 아프간 국내에서 재판하라는 아프간 쪽의 요구를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12일 파네타 장관은 미군 병사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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