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제작된 인기만화
백인우월주의 시각 깔려
콩고 출신 원고쪽 “항소”
백인우월주의 시각 깔려
콩고 출신 원고쪽 “항소”
벨기에의 인기 만화 시리즈 <탱탱(틴틴)의 모험>의 인종차별 혐의에 대해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만화책 판매 금지를 요구한 원고 쪽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브뤼셀 법원은 지난 10일 “벨기에의 현행 인종차별금지법 기준에 비출 때 (탱탱 시리즈 중 하나인) <콩고에 간 탱탱> 1946년 판이 인종혐오를 의도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발매 금지 소송을 기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법정 다툼은 2007년 콩고계 벨기에 시민 비엔베누 음부투 몬돈도가 이 만화책이 인종비하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며 발매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내면서 시작됐다. 음부투는 “이 만화가 사람들에게 ‘흑인은 미개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벨기에 법원은 판결에서 “이 만화는 식민주의적 사고가 지배적인 시대인 1946년에 나왔으며, 줄거리에 (흑인에 대한) 위협적, 적대적, 경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다는 게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음부투의 변호사는 “음부투가 이번 사건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붙들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문제의 <콩고에 간 탱탱>은 콩고가 벨기에의 식민통치를 받던 1946년에 단행본 초판이 나왔다. 만화는 흑인 원주민이 탱탱과 강아지 뒤에 납작 엎드려 “백인은 매우 위대하며 신령스럽다”고 말하거나, 탱탱이 흑인 4명이 둘러멘 가마를 타고 가는 등 노골적인 백인우월주의 시각이 곳곳에 깔려 있다. 탱탱 시리즈는 흑인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어리석고 야만적인 이미지로 묘사한다.
탱탱 시리즈는 벨기에의 만화 작가 조르주 레미(1907~1983·필명 에르제)가 1929년 자국 신문의 어린이 부록에 실은 연재 만화로, 꼬마 기자 탱탱과 그의 강아지 밀루가 전세계를 모험하는 이야기가 뼈대다. 1930년 첫 단행본 <소비에트에 간 탱탱>을 시작으로, 1986년 제24권 <탱탱과 알파-아트>까지 반세기 넘게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150여개 언어로 번역돼 매년 200만권이 팔리는 고전이 됐다.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지난해에 <틴틴의 모험: 유니콘호의 비밀>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선보였다.
탱탱 만화는 그동안 아프리카 등 비백인 사회에 대한 지식이 극히 빈약하거나 왜곡됐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에르제는 생전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 “소비에트 탱탱과 콩고 탱탱을 그릴 당시 나는 부르주아 사회의 편견에 젖어 있었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덩치 큰 어린애’라는 게 내가 아는 전부였고, 그런 기준으로 만화를 그렸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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